[책과 길] 충격은 오히려 기회… 깨지지 말고 단단해져라!

입력 2013-10-03 17:47


안티프래질(Antifragile)/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와이즈베리

2007년 ‘블랙 스완(The Black Swan)’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저자가 이번에 들고 온 ‘안티프래질’도 전작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한다.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을 뜻하는 ‘프래질(fragile)’에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안티(anti)’를 붙여 만든 말이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서지기 쉬움’의 반대말로 단순히 ‘강건함’, ‘회복력 있음’, ‘단단함’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것의 반대말은 최악의 경우에도 손상되지 않으면서 단단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작에서 블랙 스완 현상을 소개하고 납득시키는데 주력했다면 이 책에선 블랙 스완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블랙 스완은 18세기 서구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 ‘절대 없을 것이라 확신했던’ 검은 백조를 발견한 충격을 일컫는 것으로, 일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사건이 엄청난 충격을 동반한 채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예측할 수 없음에도 사건 발생 뒤 마치 예측했던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폐해가 크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고도의 정교한 계산 방법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이른바 사건의 위험과 확률은 계산할 수 없던 것과 달리,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은 실질적으로 추정하고 측정할 수 있는 개념임을 강조한다. 이어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 이를 적용해 분석하고 있다. 불확실성과 무질서, 스트레스, 혼란 등 가변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체제의 속성이 프래질한지, 아닌지에 따라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안티프래질한 상태를 만들어야한다는 게 결론이다.

쉬운 예를 들면, 택시 운전기사나 목수, 치과의사 등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직업군은 갑자기 소득이 0이 되는 블랙 스완 현상이 벌어져도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지만, 평소 안정적으로 살아왔던 샐러리맨은 소득이 0이 되면 이들에 비해 훨씬 더 무기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기회로 삼고, 안정이야말로 버려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안티프래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벨 전략’을 제안한다. 근육 운동을 할 때 사용하는 바벨의 모양에서 착안한 것으로, “어떤 영역에서는 안전하게 행동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작은 리스크를 많이 수용하는 이원적인 태도”라고 말한다. 금융을 예로 들면 90%는 안전하게 투자하되 10%는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모든 재산을 중간 정도의 리스크를 갖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무한대의 재산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해는 10%이상 보지 않게 된다. 반면 후자의 경우 경제에 불확실한 상황이 생길 경우 오히려 전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넘게 미국 월가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다 2006년 철학 에세이스트로 직업을 바꿨다. 2007년 블랙 스완을 통해 월가의 위기를 예고했으나 엄청난 혹평에 직면했다. 하지만 얼마 뒤 그의 전망이 적중하면서 ‘월스트리트의 현자’로 떴고, 이후 기존 주류 경제학자들과 다른 글쓰기와 강연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도표를 이용한 부록과 각종 용어 설명, 주석까지 포함해 75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주눅들 필요는 없다.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겠다고 작심하고 쓴 글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 바벨 전략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딱 두 가지 종류의 글만 쓴다. 하나는 누구든지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에세이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논문이다.”

친절하게도 한 장짜리 서문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요약해놨다.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당신이 이런 것들을 피하지 말고 활용하기를 원한다. 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하라.”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