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그림 속 말들이 진짜 뛰쳐나오면 어떨까

입력 2013-10-03 17:18


한간의 요술 말/글·그림 천장훙/길벗 어린이

1200년 전 중국 당나라에 ‘한간(韓幹)’이라는 화가가 살았습니다. 한간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집이 가난했어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요리점에서 일을 했지요. 화가 왕유의 집에 음식을 전해주러 갔다가 우연히 마당에 묶여있는 말들을 봤어요. 홀린 듯이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지요. 그 그림에서 한간의 재능을 알아본 왕유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답니다.

한간은 특히 말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생동감 있게 그린 말은 금방이라도 화폭에서 뛰쳐나올 것 같았지요. 비단에 그린 그림 ‘말들과 마부’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그림은 프랑스 파리의 세르누치 박물관에 있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화가 천장훙은 이 그림을 보고 감명을 받았지요. ‘한간의 그림 속 말들이 진짜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면 어떨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기 시작했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와 그림을, 한간이 그랬던 것처럼 옛 그림의 정취 그대로 비단 위에 그렸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완성됐어요.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한간이 살던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지요. 큼지막한 책이 옆으로 넓게 펼쳐지는데다 생동감 있는 그림이 극적인 이야기와 어우러져 상상력을 자극해요.

깜깜한 밤, 불꽃 사이에서 튀어나온 한간의 요술 말은 장수와 함께 전쟁터로 떠나요. 장수는 요술 말 덕분에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계속 계속 이겼습니다. 그런데 요술 말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전쟁터를 떠나 버리지요. 왜 울었을까요. 요술 말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옛 그림의 맛에 빠져보세요. 그리고 요술 말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뭘까, 서로의 생각도 나눠보세요. 색다르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그림책 읽기 시간이 될 거예요. 염미희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