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100여년 전 사람들 말 속에 남아 있는 화석
입력 2013-10-03 17:17
방언정담/한성우(어크로스·1만5000원)
강원도에는 ‘지두룸’이라는 말이 있다. 객지에 나가 사는 가족을 ‘지둘리면서’ 오래 둘 수 있는 것들로만 마련한 주전부리를 말한다. 이렇듯 지방에 가면 늘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지방의 말들이 있다. 무심코 들으면 그저 ‘말’일 뿐이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면 모두가 ‘사투리’, 혹은 ‘방언’이다. 고향을 떠나도, 표준어 교육을 받아도 그 사람의 말을 이루는 뼈대 어디에선가는 사투리의 냄새가 난다. 두만강 건너 중국 땅에 가도 들린다. “이 아즈바이 말이 영 웃기잼까? 머람까?”
조선족들의 억양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영 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주석을 붙인다. “데칼코마니.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한쪽에 색색의 물감을 짜놓은 후 겹쳤다 펴면 양쪽에 똑같은 그림이 생기는 그것을 우리말의 이산의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이은 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접으면 한반도가 중국 땅에 겹쳐지는 데 그렇게 겹쳐진 땅에 백여 년 전에 떠난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떠날 때 가지고 떠났던 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 속에 남아 있는 화석이 방언이요, 사투리이다. 20년 동안 각처를 떠돌며 방언조사를 한 방언의 인문학이다. 저자는 인하대 교수.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