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숫자·통계가 인간에게 주는 어마어마한 공포
입력 2013-10-03 17:15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게르트 기거렌처(살림·1만8000원)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있는 A씨에게 경찰이 말한다. “당신의 DNA가 희생자에게서 찾아낸 DNA와 일치한다. 이런 일치가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10만 분의 1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증언으로 A씨가 살인자일 것이라 강력하게 믿는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10만 명 중 1명꼴로 DNA가 일치할 수 있다는 것. 인구 100만 명이 사는 도시에선 10명이 같은 누명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심리학자이자 독일 막스플랑크협회 인간개발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기술에는 심리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같은 상황을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의 심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불확실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밝히면서 자연 빈도(결과 그 자체로서의 숫자)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자연빈도는 통계나 확률보다 쉽고 직관적이어서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책에는 에이즈, 폭력, 재판, 유방절제술 등 숫자나 통계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공포를 주고 있었는지 생생한 예시도 담겨 있다. 전현우, 황승식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