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토종 투수 4인방 큰 힘…시스템의 승리”

입력 2013-10-02 23:31 수정 2013-10-03 00:32

잘 짜인 ‘시스템 야구’의 승리였다.

삼성의 올 시즌 외국인 투수 활약은 예년에 비해 형편없었다. 하지만 토종들이 큰일을 해냈다. 배영수가 14승(4패)을 챙겼고, 윤성환이 여기에 1승 모자란 13승8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다승왕인 장원삼은 올해 13승(10패)을 거뒀고, 차우찬도 10승(7패)을 딱 맞췄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밴덴헐크도 후반기에는 나아졌지만 전반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고 외국인 투수의 고전을 인정하며 “대신 토종 4인방이 10승 이상씩을 거둬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끝판왕’ 오승환(28세이브)이 갖는 무게감도 여전해 삼성 마운드는 국내 선수로만 마운드를 지켜냈다.

위기도 없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2년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초반 큰 위기는 없었지만 8∼9월 선수 부상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우승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류 감독 스스로 ‘차·포·마’를 모두 떼고 경기하는 것 같다고 혀를 찼을 정도다. 삼성은 올해 조동찬을 시작으로 채태인, 진갑용, 배영섭이 몸을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다.

‘국민 타자’ 이승엽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국내 복귀 이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갔다. 이 없으면 잇몸이 대신하는 법이다. 이승엽 대신 최형우가 힘찬 타격을 선보였고, 부상에서 복귀한 채태인도 맹타를 휘둘렀다.

비결은 역시 ‘스타비스(STABIS)’에서 찾을 수 있다. 2011년 4월부터 1년간 35억원을 주고 개발한 통합정보시스템이다. 선수들이 모바일로 경기기록과 영상을 받아볼 수 있는 구단은 삼성뿐이다. 여기에 탄탄한 선수 육성 시스템에 바탕을 둔 두꺼운 선수층도 힘을 발휘했다. 1996년 108억원을 들여 ‘하드웨어 시스템’인 2군 훈련장 경산 볼파크도 한몫했다.

무엇보다도 삼성은 하드웨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선수를 발굴하고 유망주를 육성하는 ‘인적 시스템’을 자랑한다. 3년 연속 통합 우승에도 가능할지 야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