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종’ 대한민국… 손톱 밑 가시 뽑고 69조 ‘당근’줘도 꿈쩍않는 대기업
입력 2013-10-03 05:00
대한민국에 투자가 실종됐다. 정부가 최근 5개월 동안 70조원에 가까운 유인책을 내놓으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으로 떨어졌다. 투자가 경제를 견인하기보다는 오히려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2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1일 제1차 투자 활성화 대책 이후 수출지원 등을 뺀 순수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최소 68조8000억원에 해당하는 ‘당근책’을 내놨다. 세 차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통해 각종 규제에 막혀 있는 16건, 27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의 투자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지난달 경제민생 활성화 방안에서는 설비투자 정책금융을 당초 계획보다 5조3000억원 늘린 41조3000억원 공급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설비투자 확대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각종 투자 우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올 들어 투자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경제성장률에 투자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2% 포인트에서 2분기 0% 포인트로 떨어졌다. 성장률은 1분기 0.8%에서 2분기 1.1%로 상승했지만 투자가 2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중견·중소기업들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올 상반기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 실적은 6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9조원) 대비 10.4% 감소했다. 정부가 밝히기를 꺼리지만 그중 20% 정도는 해외투자분임을 감안하면 경제 회복을 위한 대기업 투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세수 부족으로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상반기를 끝으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하반기 기업 투자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투자하는 분들은 업고 다녀야 한다”며 투자를 독려한 데 이어 8월에는 10대 그룹 총수를 초청해 투자 확대를 재차 요청했다. 그룹 총수들도 이에 화답해 하반기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도 기업 투자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7월과 8월 각각 -2.7%, 0.2%를 기록했다. 8월 반등에 성공했지만 대한항공의 대형 항공기 도입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앞으로도 불확실한 대외 여건, 대기업 총수 구속에 따른 오너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기업 투자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 차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따른 규제 완화, 투자를 위한 정책금융 확대 등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준 셈”이라며 “이제는 기업이 화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