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존 페터손 유럽패럴림픽위원장 “팔·다리 남들보다 짧지만 수영하면서 인생에 자신감 쌓여”
입력 2013-10-02 18:53
그의 키는 135㎝다. 몸은 정상이지만 팔다리가 짧은 탓이다. 짧은 두 팔 끝엔 손가락이 두 개씩 달려 있다. 그는 4개의 손가락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잡아 식사를 하고, 테니스도 친다. 허벅지 뼈가 발달하지 않아 허리 바로 아래에 무릎 관절과 종아리가 이어져 있지만 수영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11살 때 처음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자꾸만 움츠러들면 평생 휠체어에 앉아 지내야 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마지못해 수영을 시작했죠.”
4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참관하려고 한국을 찾은 유럽패럴림픽위원회(EPC)의 존 페터손(43·덴마크) 위원장. 그는 자신의 인생이 바뀌게 된 계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가 가진 장애는 ‘해표지증’이다. 해표지증은 바다표범 손발증의 다른 말로, 팔다리가 없거나 짧고 손발이 붙어있는 장애 증상이다.
페터손 위원장은 이런 불편한 몸으로 1984년 뉴욕패럴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까지 16년 동안 5개 패럴림픽에 출전해 수영 종목 메달 15개를 따냈다. 처음 출전한 1984년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고, 1988년 서울패럴림픽에서는 출전한 4종목에서 금메달만 4개를 쓸어 담았다. 그는 2000년 이후에도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은퇴했다.
패럴림픽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이후 그에게는 자신감이 쌓였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러자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하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좋은 직장(세계적인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이사)을 가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은 페터손 위원장은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 괴로움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꼭 운동을 시작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자신의 장기를 계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