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가 중단된 지 126일 만인 2일 재개됐지만 곳곳에서 반대 주민과 경찰, 한국전력공사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전은 오전 6시20분쯤 단장면 바드리마을의 84번과 89번 송전탑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경찰은 송전탑 현장에 모두 21개 중대 2000여명을 투입, 반대 주민들의 현장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병력을 공사현장 5곳에 분산 배치해 입구를 원천봉쇄했으나 마을길 통과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충돌을 빚었다. 상동면 도곡리 송전탑 현장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던 강복순(63·여)씨가 넘어져 한때 의식을 잃었고, 단장면 바드리마을 현장에서는 김해선(75·여)씨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바드리마을 공사현장에서는 밤샘 노숙을 한 주민 30여명이 오전 5시쯤 경찰이 투입되자 강하게 저항했다. 일부 주민들은 몸에 쇠사슬을 묶은 채 경찰과 대치했다. 주민 한옥순(66·여)씨는 “정부하고 한전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패를 부리는지 무식한 나는 모르겠다”며 “기어이 공사를 한다면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고 울부짖었다. 주민 민영재(70)씨도 “정부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단장면과 부북면에 설치된 농성 움막 6기를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전 11시부터 밀양시청 공무원들이 단장면 미초리 움막을 철거하려하자 주민들이 저지했다.
주민 김한숙(70·여)씨는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송전탑이 들어오면 농사도 못 짓고,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일부 야권 정치인과 노동·환경단체 등도 공사 저지에 나섰다. 765㎸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공사현장을 찾아 공사 재개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에는 단장면 단장리 4공구 현장사무소 맞은편 주민들이 설치한 움막에 모여 행정대집행에 항의했다. 경남대책위 참여단체인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정의당 경남도당,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회원 등 100여명은 현지 주민들과 함께 양팔을 서로 낀 채 움막을 둘러쌌다. 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 김제남 정의당 국회의원,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이 현장을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공무수행을 방해한 주민과 외부세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방침”이라며 “불법 폭력행위 주동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색출해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밀양의 765kV 송전탑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기 위한 시설의 일부다. 모두 161기의 송전탑 가운데 울산, 부산, 경남 양산시·창녕군 등의 109기(67.7%)는 이미 완성됐지만 밀양지역 4개 면의 52기는 주민 반대로 공사 재개와 중단이 되풀이 됐다.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곳곳서 충돌
입력 2013-10-02 18:39 수정 2013-10-02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