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수급자 부유해질 때 국민연금 수급자 빈곤… 은퇴 후 4년만에 재산상태 역전

입력 2013-10-02 18:31 수정 2013-10-02 22:38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퇴직공무원, 교사, 군인 등에 비해 은퇴 후 급격히 가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직후 순자산이 퇴직공무원 등보다 8400만원 많던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4년 만에 가진 재산의 상당 부분을 소진해 순자산이 퇴직공무원보다 800만원이나 적어졌다. 부동산, 주식, 예금 같은 자산은 많지만 매달 받는 연금이 적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 비해 노후 대비에 부실한 제도라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2일 박상현(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연구원)·김태일(고려대 교수)의 연구보고서 ‘공적연금제도가 가계 재정과 수급자 만족도에 미치는 효과 분석’을 보면 2007년 은퇴를 전후로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순자산은 퇴직공무원 등보다 8420만원이나 많은 2억7650만원이었으나 2011년에는 815만원 적은 2억4699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4년 만에 두 집단의 재산 상태가 역전된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순자산은 2951만원이 줄어든 반면 퇴직공무원 등의 순자산은 은퇴 후 되레 6284만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 분석 대상인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연령은 69.3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급자 나이가 80대가 되는 15년 후 국민연금 수급자의 순자산은 1억원 안팎까지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30년 뒤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자산이 있는 국민연금 수급자들조차 별도의 개인연금이 없다면 70대 중반 이후로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조건을 ‘중견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로 한정할 경우 변화는 훨씬 드라마틱해진다. 민간부문 퇴직자는 은퇴 전후 순자산이 4억194만원으로 전직 공무원·교사·군인 집단(2억5618만원)에 비해 1억5000만원 가까이 많았다. 공공부문에 비해 높은 연봉과 퇴직금 덕이다. 하지만 2007∼2011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순자산이 3989만원이나 감소하는 사이 퇴직공무원 등의 자산은 1168만원이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두 집단의 순자산 차이는 1억원 이하로 축소됐다.

두 집단의 노후 차이를 만드는 것은 연금 수령액이었다. 현재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급액은 31만원(20년 이상 가입 기준 월 85만원)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213만원(30년 가입 기준)이다.

보고서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는 특수직역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수급자에 비해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