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명 뽑는데 10만명 몰려… “공채 과열 막자” 삼성 채용방식 변화 ‘고민’

입력 2013-10-02 18:21


삼성그룹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접수가 끝나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5500명을 선발하는데 10만명 이상 지원자가 몰리는 등 과열양상을 띠면서 사회적으로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은 채용 방식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2일 “지난주 끝난 삼성그룹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10만명이 넘게 지원했다”며 “상반기 8만여명이 지원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18만명, 인턴까지 포함하면 20만명가량이 지원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대규모로 삼성적성직무검사(SSAT)를 운영하다 보니 어려움과 부작용이 있다”며 “취업준비생과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커 채용방식에 변화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은 공개채용을 할 때 서류전형 없이 기본적인 자격만 갖추면 지원자 전원에게 SSAT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삼성이 지향하는 ‘열린 채용’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러다보니 연간 20만명이 SSAT를 치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설 학원이 SSAT 대비 강의를 운영하면서 5만∼25만원의 강의료를 받는가 하면 시중에 권당 가격이 2만원 안팎인 SSAT 준비 서적 50여종 이상이 출간돼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SSAT 특강이나 모의시험을 치르기까지 한다.

삼성 관계자는 “지방 고사장을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이번 공채에서 접수 시작 1∼2시간 만에 모두 마감됐다”며 “이 시간 내 접수하지 못하는 지방 지원자들은 서울로 와서 시험을 봐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SSAT에 응시할 수 있는 지원 요건을 새로 만들거나 아예 SSAT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 요건에 제한을 두면 삼성이 지향하는 열린 채용 정신과 맞지 않는다. 수많은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든 시험도 필요하다.

이 사장도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소득층, 지방대 졸업자, 여성 등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평등하게 지원할 수 있는 열린 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개인적·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최창호 사업본부장은 “채용 방식의 변화는 삼성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오랜 기간 고민해온 이슈”라며 “아무리 ‘열린 채용’, ‘스펙 초월’을 강조해도 대규모 공채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지원자 폭주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구직자들이 링크딘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평소에 경력 등을 관리하고, 기업은 이곳에서 직접 인재를 찾는 ‘소셜 채용’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점차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찾는 방식으로 채용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