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정부 해체 무리수에 소속의원 반기 조짐… 베를루스코니 前 총리 ‘항복’
입력 2013-10-02 18:14 수정 2013-10-03 00:30
탈세 혐의로 상원의원직 박탈 위기에 놓이자 연립정부 해체라는 무리수를 두며 승부수를 띄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7) 전 이탈리아 총리가 한발 물러섰다. 자신이 이끄는 소속 의원이 반기를 들 조짐을 보이는 것에 굴복한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일(현지시간) 내각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자유국민당(PDL)은 엔리코 레타 총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구조개혁을 이끌 정부가 필요하다”며 “내부 갈등 없이 신임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카를로 지오바나르디 PDL 의원은 1일 “내각 재신임 투표에 지지표를 던질 의원이 당내 40명 이상 된다”며 베를루스코니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의원직 박탈 위기에 놓이자 지난달 29일 PDL 소속 장관 5명이 사임하도록 종용했다. 이를 통해 연정을 붕괴시켜 조기 총선으로 기사회생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무리수가 통하지 않게 되면서 베를루스코니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그의 상원의원직 박탈 여부를 결정하는 4일 상원회의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생명이 최종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편 신임안 투표를 앞두고 베를루스코니가 레타 총리 지지를 선언하면서 신임안은 찬성 235표, 반대 70표로 이탈리아 상원에서 통과됐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