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략 “영유권 분쟁 필리핀·日 외교고립”

입력 2013-10-02 18:14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 일본에 대해 확실한 외교 고립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아세안(ASEAN) 회원국과 긴밀한 정상회담으로 우의를 다지면서도 이들만은 예외로 두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과 친분이 두텁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는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도 무려 5차례의 정상회담을 갖는 등 고립과 분열전략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일부터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을 잇달아 방문한다. 또 발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시 주석에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9∼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한·중·일 3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태국과 베트남을 방문한다.

지난 3월 중국 5세대 지도부가 공식 출범한 뒤 이들이 동남아로 총출동하는 것이다. 시 주석 등의 동남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아세안 핵심 회원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방문에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을 동행시킬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같은 아세안 회원국인 필리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중 중국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나라는 필리핀이 유일하다.

중국은 필리핀과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영유권 문제로 냉랭한 상태다. 지난달 중국 난닝에서 열린 ‘중·아세안 박람회’에서는 박람회 참가를 추진하던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 중국이 참석 조건으로 유엔국제해양재판소 중재신청 철회를 제시해 필리핀의 반발을 샀다.

필리핀은 앞서 스카보러섬 등 남중국해 일부 도서를 둘러싸고 중국과 대치하다 이 문제를 올 1월 유엔국제해양재판소에 회부해 법적해결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의 외교 고립전략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놓고 첨예한 대립 중인 일본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일 정상회담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지만 중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같은 영유권 분쟁국이지만 베트남에 대해서는 고립이 아닌 회유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5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신경을 쓰는 것이다. 아세안 모두를 적으로 만들기보다 분열시켜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필리핀과 일본은 또 다른 지역 강자인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중국이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 대해 회유와 압력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의 흐름대로 이어가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