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서청원… 벌써부터 차기 당권 ‘파워게임’ 양상
입력 2013-10-03 05:01
10·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설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 화성갑에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경북 포항남·울릉에 김순견 전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친박연대 대표를 지낸 원박(元朴·원조친박) 서 전 대표가 전면 등장함에 따라 벌써부터 탈박(脫朴·이탈한 친박)을 대표하는 김무성 의원과 당권을 놓고 파워게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권력구도가 두 거물 정치인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청와대 개입설과 박심(朴心) 논란이 더해져 새누리당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여론조사 2등에게 공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는 최종 공천 결정을 3일 오후로 미뤘다. 당초 지난 1일 오후 9시 소집된 공천위에서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판 변수가 생겨 불가피하게 연기됐다. 한 고위 당직자는 “마지막 조율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두 지역 모두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낮게 나온 후보를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당 지도부는 화성갑의 경우 김성회 전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 서 전 대표를 공천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당내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공천위원장인 홍문종 사무총장과 김 전 의원의 ‘특수관계’가 서 전 대표 공천을 위한 방어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8월 국기원 원로 김모씨가 홍 총장에게 이사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홍 총장이 이사회 동의 없이 임명한 이사 11명 중 김 전 의원이 포함돼 있어 객관적인 후보 검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포항남·울릉도 부적격 사유가 걸려 있다. 여론조사 1등인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장관의 재임 기간(2006∼2008년)이 문제가 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노무현정부에서 장관직을 수행했는데 국가기록원이 당시 행자부 소관이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의 도덕적·실무적 책임이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지역구가 공통적으로 정치 외부 요인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는 셈이다. 공천위원인 김재원 전략본부장은 “2등을 공천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된다. 여론조사와 후보 적합도 등을 합산해 1등을 공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박(元朴)과 탈박(脫朴)의 파워게임=서 전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의 지원으로 공천받게 됨에 따라 반박 쪽도 공천 반대 대응을 통해 급격하게 세력화하는 분위기다.
전날 공천반대 기자회견을 했던 박민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개인의 한풀이, 명예회복을 위한 (국회의원) 자리가 아니다”며 “많은 사람이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을 팔고 있다”고 서 전 대표를 겨냥했다. 당내 쇄신파의 ‘민본21’을 전신으로 한 초·재선 모임을 중심으로 “화성갑의 두 후보가 부적격이라면 차라리 무공천을 통해 정치쇄신을 이루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의 배후에는 김무성 의원이 있다. 박 의원은 부산에 지분이 있는 김 의원 세력을 등에 업고 내년 부산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김성태 의원은 그의 지지로 친박 이성헌 전 의원을 꺾고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됐다. 쇄신파를 지원하는 김 의원과 친박계의 서 전 대표 간 세(勢)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파워게임 과열에 의한 당론 분열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친박이면서도 김 의원과 친분이 깊은 홍사덕 신임 민화협의장 같은 원로가 탈박·반박을 아우르는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