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훔쳐보고… 성폭행 미수… 경칠 경찰
입력 2013-10-02 18:10
최근 성폭행과 음주운전 등 경찰관이 저지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5년간 발주한 공사 중 60%가량을 특정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찰청 이모(35) 경감은 1일 밤 12시쯤 서울 숭인동의 한 다가구주택 2층 복도에서 열린 화장실 창문으로 B씨(27·여)를 훔쳐보다 B씨와 눈이 마주치자 달아났다. 이씨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B씨의 남자친구에게 붙잡혔고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귀가하던 중 길을 헤매다 일어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상담을 하며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경찰 간부가 구속되기도 했다. 송파경찰서 간부 이모(49)씨는 올해 초 경기도 하남시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와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한 뒤 차에서 잠든 A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의 금품수수와 음주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수사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피의자에게 13억원을 요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경찰청 김모(42) 경사가 구속됐다. 부산의 한 경찰서 신모(45) 경위는 2일 수사 대상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아 체포됐다. 지난달 17일에는 충북의 한 경찰서 소속 이모(34) 경감이 술에 취해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가다 반대편에서 오는 승용차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이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37%였다.
경찰청이 발주한 공사를 특정업체에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경찰청은 2008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계약금 1000만원 이상인 공사 241건을 73개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이 가운데 143건(59.3%)을 10개 업체가 수주했고, 공사비 역시 전체 37억3100여만원 중 19억5000만원(52.3%)이 이들 업체에 몰렸다. 경찰청은 “이들 공사가 모두 공사금액 2000만원 미만이어서 조달청을 통한 공개입찰 없이 수의계약할 수 있어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경찰이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스스로 신뢰를 잃고 있다”며 “비리나 각종 사건과 관련된 경찰은 강력히 처벌하고 불투명한 입찰 절차를 개선하는 등 경찰 스스로 개혁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