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농식품부 장관의 2014년 예산안 절규
입력 2013-10-02 17:59 수정 2013-10-02 15:35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 도중 “이런 얘기하다 잘릴지도 모릅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날은 농식품부의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장관은 “재정전략회의에 참석했는데 예산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대통령이 ‘부처별로 돈 적다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쩌다가 내가 먼저 발언을 하게 됐는데 ‘없는 집 애가 과자 부스러기 먹던 것 빼앗고 울면 안 된다고 하시면 어쩌냐’고 했다. 나로서는 대단히 비장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세수부족으로 인해 쓸 곳은 많은데 쓸 돈은 없는 정부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당초 농식품부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8000억원 줄어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의 읍소 전략이 통했는지 농식품부 내년 예산은 0.1% 늘어나게 됐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농가가 115만 가구인데 그 중 1년 소득이 500만원도 안 되는 가구가 60%를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과제에 보면 유통구조 개선, 재해보험 등이 있는데 꼭 필요하긴 하지만 500만원 버는 사람에게 유통구조, 농작물 재해보험이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대통령에게) 말씀드리면서 영세농·고령농에 대한 새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사실 오랫동안 농정이 비판을 받은 게 (소외된 농민) 100만을 놔두고 규모화, 기업농, 수출 계속 강조하다 보니 정책에서 많은 사람들은 소외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동안의 농정을 반성했다.
농식품부는 2일 농업 6차 산업화지구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3∼201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영세농과 고령농을 배려한 지속가능한 소통과 배려의 농정”이라고 정리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