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논란] 수세몰린 野·호기잡은 與
입력 2013-10-02 17:54 수정 2013-10-02 22:14
민주당은 검찰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수사 중간발표 시점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 “대화록이 정치적으로 악용됐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개최한 심야 의원총회에서 “거짓과 공약 먹튀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정권의 비열한 국면 전환이 시작됐다”며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첫 번째로 준비한 반전카드가 고작 맥락없는 수사 발표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서 분명해진 점이 있다. 바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현재 보관돼 있는 이지원 시스템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사초 폐기 운운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안 후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등으로 대여(對與) 공세에 고삐를 죄는 시점에 다시 대화록 문제로 수세에 몰리자 긴장하는 모습이다. 검찰 수사 내용이 흘러나온 직후 전 원내대표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고 6시간여 뒤에야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고심을 반영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공세로 나섰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참여정부가 조선시대 연산군도 하지 않은 사초 폐기라는 만행을 저지른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며 “문재인 상임고문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거짓에 대해 사과하고 정치적, 도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도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몰아붙였다. 새누리당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위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굴욕적인 회담 결과가 역사 자료로 보관되는 게 두려워 남기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청와대도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부재 파문이 번졌던 지난 8월 ‘의도적으로 사초를 은폐한 것이라면 국기문란’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오늘 우리 입장을 개진한 것도 이런 차원”이라고 전했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봉하마을에만 대화록 원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그 책임은 노무현정부와 친노세력에 있지 않겠나”고 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참여정부가 고의적으로 대화록을 은폐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올 경우 야당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더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