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주식 담보 기업어음 휴지조각 되나

입력 2013-10-02 17:54 수정 2013-10-02 22:45


비교적 건전하다는 평을 듣던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기업어음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이를 판매한 동양증권은 정진석 대표와 전 임직원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의혹=2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동양시멘트는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지난 7월과 9월 1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970억원어치가 지난달 초부터 추석연휴 직전까지 몰려 발행됐다.

ABCP는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CP)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동양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판 ABCP는 동양시멘트의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동양시멘트 주가는 안정적이었고 기업 역시 법정관리를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평온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법정관리로 담보로 잡은 주식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동양증권 직원들은 동양시멘트의 기업어음 발행이 사기성이 짙다고 비판했다. 추석 직전까지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은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에게 돈을 갚지 않고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경영권을 유지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에 동양증권 노조는 이날 춘천지방법원에 “동양시멘트는 재무제표상 법정관리를 신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현재현 회장 일가의 재산 보호 및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의로 신청한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전원도 성명서를 내고 현 회장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동양시멘트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법정관리 신청 즉각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급증에 금융당국도 비상=동양증권에서 판매된 CP 등의 문제가 이어지자 고객들은 여의도 증권가를 떠나고 있다. 실제 고객 투자자금도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이 주식투자를 위해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13일 19조1912억원에서 지난 1일 16조5128억원으로 급감했다.

금융소비자원에 CP·회사채 투자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람들은 1만명을 넘어섰다. 금소원은 이에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하고 검찰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확대 설치, 운영키로 했다. 서울 여의도동 본원뿐 아니라 지원 4곳과 사무소 1곳, 출장소 4곳에도 신고센터를 설치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