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논란] 실수아닌 고의 누락 흔적… 문재인·친노계 사면초가
입력 2013-10-02 17:52 수정 2013-10-02 22:12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이 2일 다시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면서 노무현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친노(親盧·친노무현)계에 다시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전격 제안한 문 고문이 7월에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자 “혹여 제가 몰랐던 저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경우에 따라선 그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 사안이 이념논쟁화되면서 10·30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쟁점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다.
◇참여정부 인사들 도덕성 시비 불거질 듯=검찰 수사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에 넘겨진 청와대 전자문서 관리 시스템(이지원·e-知園)에는 정상회담 대화록이 등재되지 않았고, 임의로 반출했던 봉하마을 시스템에서는 대화록이 발견됐다. 공식 국가기록물에는 ‘앙꼬’가 빠진 채 넘겨졌고, 사적 보관물에는 포함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넘기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원본을 복사한 봉하마을 시스템에서 대화록을 ‘등재했다가 삭제한 흔적’이 발견된 점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그동안 대통령기록관에 대화록이 없을 만한 이유로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인한 등재누락’ 가능성을 들었다. 하지만 단순 누락이 아니라 만일 등재했다가 삭제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만일 삭제했다면 누구 지시였는지에 따라 후폭풍의 강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지시와 다르게 폐기된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과정을 문 고문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도 관심거리다.
아울러 비록 국가정보원에 대화록을 보관했지만 대통령기록관에는 대화록을 남기지 않으면서 ‘사적 공간’인 봉하마을에 기록을 가져간 것이라면 역시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로 이지원을 반출한 이유로 “대통령기록관 기록을 제대로 열람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봉하마을 시스템은 대통령기록관에 없는 대화록도 포함된 ‘다른 버전’임이 확인됐다.
추가 수사를 남겨뒀지만 현 상태만으로도 문 고문과 친노계에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달 말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차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념 선거 양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 공동 책임론’까지 제기될 수 있다. 문 고문으로선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데 더욱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재단 “검찰 발표 대단히 유감”=노무현재단은 반박 성명을 통해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음에도 검찰이 수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최종본이 아닌 초안은 삭제할 수 있는데도 검찰이 삭제나 복구 등의 표현으로 의혹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그동안 사초가 실종됐다고 비판했지만 검찰 발표는 대화록이 존재하고 발견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재단 측은 “봉하마을 시스템에 있는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왜 없는지 이유를 확인하고 규명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왜 없는지는 자신들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