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9월 美 판매량 ‘경고등’… 2013년 최악 성적표
입력 2013-10-02 17:55 수정 2013-10-02 22:50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미국에서 올해 들어 가장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노동조합의 파업 탓이 크지만 신차 부족과 가격경쟁력 저하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내수 판매마저 줄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인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내 9월 자동차 판매 현황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9만3105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달(10만8130대)에 비해 13.9%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월 판매량이 10만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9만3816대 이후 7개월 만이다.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실적을 낸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다. 시장 전체 판매가 4% 정도 줄었다. 하지만 부진한 정도에서 현대차는 다른 업체를 압도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도 마이너스 판매를 기록했지만 감소율은 한 자릿수였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업체는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판매 감소 폭이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컸고, 특히 기아차는 -21%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기아차는 8월의 노조 파업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생산 물량이 부족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말고 다른 원인도 있다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첫째는 신차 부족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소형차가 인기를 얻고 있다. 포드·크라이슬러 등은 잇따라 신차를 내놓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아반떼, 리오, 쏘울 등 차종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나온 지 오래된 모델로는 경쟁이 어렵다”면서 “완전한 신차 개발까지는 몇 년이 걸려 당장 소형차 시장에서 판매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제네시스를 비롯한 고급차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제값받기’ 정책이 한계 상황에 이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쟁사가 가격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품질은 어느 정도 인정받은 상황이나 지난 4월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발적인 리콜이라고 해도 출고 전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도 지난 8월 7.9%를 기록해 2011년 5월의 최고치 10.1%에 비해 2.2%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8.1%로 다소 나아졌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 팀장은 “차 시장 점유율은 한번 고착되면 몇 년을 갈 수 있다”면서 “미국·일본 업체가 최근 구조조정을 마쳐 뒤로 물러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현대·기아차로서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