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종 대한민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 아직 안됐다?

입력 2013-10-02 17:43 수정 2013-10-02 22:32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항변했다. 또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올해 목표한 투자액은 계획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와 재계는 기업의 투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원인으로 장기화된 경기침체, 불확실한 경제 여건, 정부의 각종 규제, 경제 사정(司正)·경제민주화 논의를 중심으로 한 반(反)기업 정서 확산 등을 꼽았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2일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벌어놓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면서 “그러나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건강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이나 STX그룹처럼 예기치 않은 유동성 위기가 기업을 존폐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공장이나 생산설비를 마구잡이로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투자 위축은 협력 중소기업의 투자 축소를 낳는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경제둔화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해진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유독 한국기업만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자꾸 만들면서 투자만 늘리라고 압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외치며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화학물질관리평가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은 오히려 양산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기업들은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사정과 경제민주화 법제화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여기에 일부 기업 총수들이 사법처리되면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최태원 회장 형제가 모두 구속된 SK그룹과 김승연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한화그룹, 이재현 회장이 구속 중인 CJ그룹 모두 총수 부재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부 총수에 대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 총수에 대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부재로 큰 규모의 투자 결정 등 경영상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 역시 “김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태양광 사업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