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은 작은교회엔 웃음꽃 도움준 우리는 신앙성숙 기쁨이”
입력 2013-10-02 17:38
인천주안교회 청년들 7년간 이웃 개척교회 사역지원
주일이었던 지난달 22일 오전 9시30분, 인천 삼산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옆 상가건물 2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찬양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율동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 옆에는 20대 후반의 남녀 교사 3명이 장단을 맞춰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5년 전 개척한 인천예향교회(김길수 목사)의 주일학교 예배에 이렇게 생기가 돈 건 2년이 채 안됐다. 같은 예장통합 교단 소속이면서 인천에서 규모가 가장 큰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청년국 ‘12개척교회 지원사역팀’이 손을 내밀면서부터다.
2007년 조직된 이 팀은 이웃 개척교회를 살리는 ‘구원투수’다. 주안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인천노회 소속 교회 중 미자립·개척교회를 선정해서 교회학교(초·중·고) 교사와 반주자, 대예배 찬양대원 활동을 비롯해 여름·겨울 수련회 개최 및 전도활동 등에 이르기까지 최장 3년간 직접 ‘뛰어 들어’ 지원해준다. 목표는 12개 교회인데, 현재까지 선정된 지원 대상 교회는 7곳. 이들 교회에 100여명쯤 되는 사역팀원이 조를 나눠 각 교회마다 10∼15명씩 나뉘어 투입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원을 받은 교회는 20여 곳. 예장통합 인천노회에 소속된 미자립·개척교회 100여 곳 중 5분의 1 규모에 달한다. 지난 7년간 개척교회 섬김에 나선 주안장로교회 청년들의 연인원은 1000여명에 이른다.
사역을 총괄하고 있는 주안장로교회 박성원 부목사는 “인천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로서 ‘어떻게 하면 작은 이웃 교회들과 상생할 수 있을까’하는 기도와 고심의 산물”이라며 “청년들이 직접 현장에서 땀 흘리며 돕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원을 받는 미자립·개척교회들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예향교회 김 목사 얘기다. “지원팀이 없을 때에는 주일 오전 주일학교부터 저녁 예배까지 혼자 또는 아내(사모)와 함께 파김치가 되도록 뛰어야 했어요. 지원팀이 온 뒤로는 사역의 짐을 상당부분 덜었지요.” 이 같은 도움은 설교나 성도 양육에 있어 질적인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척교회의 가장 큰 꿈인 교회 성장에 거름이 된다는 점은 돕는 교회나 도움을 받는 교회 모두 흐뭇하게 만든다. 주안교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원사역을 펼친 교회 가운데 60∼70% 정도는 교인 수 증가 등 실질적 성장에 도움이 됐다. 6년 전 개척한 논현주안교회(류헌영 목사)의 경우, 주안교회 청년 20명이 지원에 나섰는데 2년여 만에 철수할 때 성도 수가 300명을 넘어섰다. 대성공이었다.
주안장로교회 이대운 12개척교회 지원팀장은 “개척교회 목사님들의 공통된 고민은 새 신자들이 와도 교인 수가 너무 적으면 정착을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2∼3년 정도 청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면 새 가족이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주일학교 교사가 부족한 미자립·개척교회로서는 주일학교를 살리는 데 도움이 크다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작은 교회의 ‘받는 사랑’도 크지만 큰 교회의 ‘주는 기쁨’은 더 크다. 이홍섭 주안장로교회 전도사는 “큰 교회만 다니던 청년들이 개척·미자립교회 현실을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저마다 다양한 교회의 형편과 처지를 이해하면서 목회자와 성도, 나아가 신앙에 대한 성찰이 생긴다는 게 개척교회 사역을 펼치고 있는 청년 회원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인천=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