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홈런 또 하나의 역사 쓰다… 추신수,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PS 안타·타점·득점

입력 2013-10-02 17:33


그의 방망이는 짧았지만 굵고 강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1·신시내티)가 생애 첫 포스트시즌(PS) 데뷔 무대에서 나홀로 빛나는 무대를 연출했다. 첫 출루에 첫 득점, 솔로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 진출 실패에 대한 아픔을 달랬다.

추신수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했다. 팀이 1-6으로 끌려가던 8회 4번째 타석에서 피츠버그 좌완 구원투수 토니 왓슨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스탠드로 떨어지는 솔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하지만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피츠버그 더그 아웃에서 추신수가 날린 볼이 관중의 손을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후 명백한 홈런임을 확인했다.

추신수가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래 8년 만에,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지 5년 만에 처음 출전한 ‘가을야구’에서 터뜨린 첫 홈런이다. 아울러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가 포스트시즌에서 터뜨린 1호 홈런이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뛰던 지난해 7월 볼티모어의 다나 이브랜드(현재 한화)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이래 1년 3개월 만에 좌완 투수를 상대로,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 대형 아치를 그렸다.

이 뿐이 아니다. 추신수는 0-3으로 뒤지던 4회초 몸에 맞은 볼로 출루해 팀의 첫 번째 득점을 올렸다. 3타수 1안타를 치고 1타점 2득점을 올린 추신수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조이 보토와 브랜든 필립스 등 핵심 타자들이 제 구실을 못해 신시내티는 2대 6으로 패했다. 피츠버그는 4일부터 세인트루이스(내셔널리그 승률 1위)와 맞붙는다.

디비전시리즈 출전권이 걸린 단판 승부에서 아쉽게도 신시내티가 탈락하면서 활화산과도 같던 추신수의 ‘출루 머신’도 멈추고 말았다. 아울러 서부지구 챔프로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한 LA 다저스 류현진(26)과의 포스트시즌 한국인 투·타 대결도 무산됐다.

추신수는 2일 현재 홈런 21개, 도루 20개, 112볼넷, 107득점을 올려 리그 역대 톱타자로는 처음으로 20-20-100-100을 달성하고 시즌 300회 출루도 넘겼다. 주가를 높인 추신수는 일단 휴식을 취하며 시즌을 정리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가 ‘대박’을 터뜨릴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 몸값은 박찬호가 2001년 텍사스와 계약한 5년 6500만 달러(약 700억원).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추신수의 몸값이 1억 달러(약 1075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비록 일일천하로 끝났지만 달콤한 가을잔치를 맛본 추신수는 “참 많이 배운 의미 있는 한해였다”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