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 보이소∼ 10월 3일부터 부산은 시네마 천국
입력 2013-10-02 17:23
깊어가는 가을, 영화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일 화려한 막을 올린다. 12일까지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7개 극장 35개관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 초청작은 70개국 301편이다. 지난해 75개국 304편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화제작들이 즐비하다. 세계에서 처음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에는 94편(장편 68·단편 26), 자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처음 상영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에는 42편(장편 40·단편 2)이 선보인다. 볼만한 작품과 즐길만한 행사를 소개한다.
◇이색적인 개막작과 폐막작=개막작은 부탄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바라: 축복’으로 선정됐다. 부탄영화가 국제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는 처음이다.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을 매개로 남녀의 사랑과 역경의 삶을 헤쳐 나가는 여인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바라’를 보는 순간 다른 작품에 아예 눈길이 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폐막작은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이다. 이혼을 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여동생, 대리운전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남동생, 쪼들리는 형편이지만 쉽게 아들한데 돈 달라는 소리를 할 수 없는 늙은 부모의 이야기를 다뤘다. 첫 장편 ‘상어’(2005)로 호평 받은 감독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법한 가족의 불행과 불운을 집요한 관찰력으로 재현했다. 영화제 측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인디영화”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예매에서 개막작은 43초, 폐막작은 3분55초 만에 매진됐다.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세계 거장 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초청됐다. 조직폭력배가 판치는 무법지대를 그린 스페인 아마트 에스칼란테 감독의 ‘헬리’(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프랑스 필립 가렐 감독의 ‘질투’, 오스트리아 울리히 사이들 감독의 ‘파라다이스 호프’ 등이 기대작이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떠돌이 개’도 볼만하다.
미국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리메이크한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의 작품과 내전을 피해 스리랑카를 탈출하는 고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도 산토시 시반 감독의 ‘실론’도 눈길을 끈다. 배우 박중훈과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인 ‘톱스타’와 ‘롤러코스터’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한국영화의 개벽: 거장 임권택의 세계’라는 제목의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망부석’(1963) ‘씨받이’(1986) ‘서편제’(1993) ‘취화선’(2001) 등 임 감독의 대표작 70여편이 상영된다.
◇부산을 찾는 해외 스타들=영화제의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이다. 홍콩의 인기 배우 궈푸청(곽부성)이 강수연과 함께 개막식 사회자로 나선다. 1990년대 홍콩의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궈푸청은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콜드 워’가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부산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외국인이 진행하는 것은 지난해 중국 배우 탕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폐막식 사회는 배우 송선미와 가수 윤계상이 맡는다.
영화인 핸드프린팅에는 대만 배우 왕우, 아일랜드의 짐 쉐리단 감독, 임권택 감독이 참여한다. 개막작 ‘바라’의 주인공인 인도 배우 샤하나 고스와미와 다베시 란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일본 배우 와타나베 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후쿠야마 마사하루,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의 마에다 아츠코, ‘투게더’의 주연을 맡은 태국 공주이자 배우인 우볼라타나 라자칸야가 부산을 찾는다. 한국 배우 정우성 한효주 엄태웅 정경호 유오성 등도 무대 인사를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