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39)] 우리문화 무조건 강요는 또다른 차별
입력 2013-10-02 17:08
다문화 사회 - 결혼이주여성 지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옛 이야기는 가을이 먹을거리도 풍성하고, 활동하기도 적절한 날씨로 참 시절이 좋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가을은 추석을 시작으로 풍성한 계절이다. 특히 풍성하게 열리는 여러 문화 행사들을 보며 이미 우리 곁에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떠올리게 된다.
다문화 가족의 현실과 국가 정책을 연구해 온 경북여성개발원의 정일선 박사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우리사회에서 가장 놀라운 변화는 국제결혼 및 이주노동자 급증에 따른 다문화가족의 증가 현상이다. 90년 약 5만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거주자가 2011년 128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2010년 현재 결혼하는 부부 10쌍 중 한 쌍은 국제결혼이다. 이 추세대로 라면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5%가 외국인 거주자가 될 것이며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의 수는 65만3000명을 넘어설 것이다. 이중 결혼이주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0∼90%나 된다는 것이다. 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상의 통계적 숫자만으로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가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문화사회라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려는 태도를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 나라의 문화적 토대를 알고 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행동 양식 및 의식 구조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수용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문화사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새로운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주변을 보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이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에 무조건 따를 것을 강요하고 또 우리와 같지 않다고 차별하고 무시하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을 한국사회에 편입시키려했다는 반성에 이르게 된다.
진주YWCA에서는 다문화사회의 우선 목표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력 증진과 ‘다문화 이해교육’에 두고 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고교 가을 축제와 연계하여 결혼이주여성들이 직접 참여하고, 대학생의 교양교육과정 속에 나라별 모둠 수업을 할 때 이주여성이 같이 참여해 문화 체험을 나누게 한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들은 여러 중·고교의 학예제의 순서를 맡아 전통춤을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나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높인다. 또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는 못하지만 나라별 공연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이 높은 것을 보면서 외국의 문화를 존중한다. 나아가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에 대한 존중심도 느끼게 된다.
또한 행복한 경제생활의 혜택을 꿈꾸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은 실제 결혼이주민 가정의 경제적 필요 때문에 취업에 대한 욕구가 높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은 취업할 수 있는 준비가 완전하지 않고 사업체의 다문화 이해 부족으로 비인권적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진주YWCA를 비롯해 동해, 포항 YWCA 등은 ‘결혼이주여성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훈련시키고 지역의 사업체와 연계해 취업박람회를 열고 있으며 사업체에서 면접을 요청해올 때 동행할 뿐 아니라 취업 후에도 서로 소통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문화 교육은 이주민과 원주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통합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문화에 동화되기를 요구하는 힘든 방법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선주민(내국인)들의 이해가 우선되어 서로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지원이라 할 수 있다.
박영선(진주YWC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