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봉하에만 대화록 있는 이유 규명할 차례

입력 2013-10-02 18:16

검찰이 2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의혹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대화록이 애초부터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 사저로 복사해갔던 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이지원)에 남아 있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봉하 사본 이지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대화록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복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는 참여정부 인사들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사실이라면 이들은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지원은 참여정부 시절 생산·보고된 각종 문서를 보관한 데이터베이스다. 대화록이 이지원에만 존재한다는 것은 참여정부가 처음부터 대화록을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 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국가기록원으로 반드시 이관해야 하고 누구도 삭제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대통령과 기관의 장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모든 과정 및 결과를 기록물로 생산,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과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에도 한참 동안 입장을 표명하지 못했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가 있을 경우 거의 동시에 반박 성명이나 논평을 내던 보통 때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대화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던 게 사실상 거짓으로 들통난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노무현재단은 검찰 발표 후 수 시간이 지나서야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는 왜 존재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확인하고 규명하면 될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검찰은 누가, 무슨 의도로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고 삭제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대화록 생산과 보관 등에 관여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함은 물론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나마 그것이 한때 국가 운영에 참여했던 공직자의 도리다.

대화록 유무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가 불필요하게 지불한 비용이 너무 많다. 대화록이 복구된 만큼 이제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문재인 의원은 “대화록을 열람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었다. 공개하지 않을 경우 당장 문 의원 진퇴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또 한 차례 격돌할 게 뻔하다. 벌써 새누리당은 문 의원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검찰이 복구한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