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양그룹 대주주 도덕적 해이 철저히 수사해야
입력 2013-10-02 18:12
재계 순위 38위인 동양그룹이 몰락해가는 과정은 웅진 등 그동안 부도난 기업들이 보여온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는 망해도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대주주와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고 있다. 대주주들의 못된 행태엔 철퇴를 가하고,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산 투자자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원은 동양 CP 피해자들을 대표해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 청구를 신청하고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검찰에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동양 회사채와 CP 1조2000억원어치를 산 개인투자자가 4만여명에 달하고 지금까지 금소원에 접수된 피해자가 1만여명을 넘었다고 하니 당연한 조치다.
시멘트와 건설을 주력으로 하던 동양그룹이 건설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은 것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고금리만을 좇아 투자했다면 자신이 사들인 CP가 휴지조각이 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양증권 등이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알리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엄벌해야 마땅하다.
위기에도 구조조정을 게을리하고 제 잇속만 챙긴 대주주나 임원들의 탈법·위법 행위는 없었는지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동양증권 사장은 지난달에도 직원들에게 CP 판매를 독려했다고 하니 투자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실적에만 눈이 먼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준다. 동양그룹이 ㈜동양 등 3개사에 이어 1일 핵심 계열사이자 비교적 우량한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까지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대해 경영권 유지 속셈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금융감독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CP는 주식 등과 달리 공시 의무가 없고, 이사회 결의나 발행한도 제한 등의 규제가 없어 부실기업들도 마구 찍어낼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투자 부적격 등급인 계열사 회사채나 CP 등에 대한 투자권유 행위를 금지하는 금융투자법 규정을 개정해놓고도 6개월 유예기간을 둬 사태를 키웠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