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어르신들 손잡고 한 곡… 내 근심이 사라져”
입력 2013-10-01 19:25
복지관 찾아 노래 봉사하는 71보병사단 대대장 박상일 소령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낙원동에 위치한 ‘효사랑운동본부’는 굵은 저음의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머리가 희끗한 20여명의 독거노인 앞에 선 육군 제71보병사단 대대장 박상일(42) 소령은 군복 차림으로 ‘갈대의 순정’을 열창했다. 박 소령은 외로운 노인들에게 아들 같은 존재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본부를 찾아 노래를 부른다.
그가 ‘노래봉사’를 시작한 건 재작년부터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12)을 데리고 전국의 복지시설을 오가던 박 소령은 우연히 휴게소에서 심장병 어린이 기금 마련을 위해 노래하는 가수들을 봤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어려서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한 박 소령은 “내 작은 재능으로 사회를 풍성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박 소령은 양로원, 복지관, 미혼모 시설을 돌며 노래를 부르게 됐다.
대대장으로서 부대원과 예비군 관리에 바쁜 박 소령은 봉사를 위해 휴일을 반납했다. 휴가 기간에도 복지관에 발도장을 찍는다. 휴일이었던 지난 29일엔 서울 상계동에서 혼자 사는 성모(92) 할머니를 찾았다. 박 소령은 성씨의 손을 잡고 직접 작곡한 노래 ‘어머니’를 불렀다. “당신의 청춘을 다 바친 그 인생 내리사랑 주시려고 묻어두고 계셨나요….” 박 소령의 노래에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 소령은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항상 아쉽다”고 말했다.
남몰래 한 선행이 알려져 박 소령은 지난해 5월 언론인연합협의회에서 주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시민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박 소령은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나 자신이 감동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 소령의 꿈은 소외된 이들과 아픔을 나누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함께 노래 부르는 동안 근심은 눈 녹듯 사라진다”며 “군생활에 충실한 범위 내에서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