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복궁 옆 호텔 건립’ 정부-서울시 대립
입력 2013-10-01 18:53
정부와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을 둘러싸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는 도심 명소와 연계되는 상징성을 지닌 북촌의 거점 공간”이라며 “해당 부지를 공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호텔 건립의 물꼬를 열어주려 하지만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 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3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유해성이 없는 관광호텔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관련, 도박장 등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이 학교 부근에 들어설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교육청 학교정화위원회 운영방식을 고쳐 대한항공이 교육청 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호텔 건립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인근에 학교들이 밀집해 있고, 경복궁 등 한양도성의 중요한 문화재가 몰려 있어 공익적 시설 외에는 허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는 관련법 개정이나 해당 교육청의 재심사를 거쳐 대한항공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하더라도 주민 의견청취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공공성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가 키를 쥐고 있는 ‘북촌지구단위계획’에 포함돼 있고, 용도상 이 곳에는 호텔 건축이 허용되지 않는다.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시 관계자는 “문화계나 교육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대부분 송현동 부지에 호텔이 들어서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계획 승인신청이 들어오면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이런 여론을 감안해 관련법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옛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송현동 일대 3만7141.6㎡ 부지를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한 후 한옥형 호텔 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곳은 풍문여중과 덕성여중·고에 인접해 있어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호텔 건립이 불허됐다. 학교보건법상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50∼200m로 설정된 상대환경정화구역에 호텔을 지을 경우 해당 지역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