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공중분해 가속화] 그룹 모태 시멘트·네트웍스마저 법정관리 신청
입력 2013-10-01 18:28 수정 2013-10-01 22:52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선택했다. 이미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를 포함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계열사는 5곳으로 늘었다. 동양그룹의 공중분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동양시멘트는 1일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시멘트 관계자는 “보유자산의 신속한 매각을 통한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조속한 안정에 어떠한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 고민한 끝에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1957년 창립된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 탄생의 주역이다. 당초 법정관리보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이 예상됐다. 시멘트 업계 2위의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이 196%로 다른 계열사보다 낮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사에 비해 은행권 여신이 많은 것도 자율협약 가능성을 높였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자율협약 등을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법정관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로 돌아서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선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시멘트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진행하면 채권단의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법원은 최근 들어 기존 경영권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관리인을 별도 선임하는 것보다 기업 사정을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의 ‘관리인 유지(DIP)’ 제도에 따라 현재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및 창업주 일가의 자산이 투입돼 가족기업으로 볼 수 있는 동양네트웍스가 동양시멘트와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에 힘을 실어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채권단의 통제를 받는 것보다 법정관리가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가 은행권 여신이 많기는 하지만 전체 규모가 크지 않아 채권단 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양시멘트의 경우 은행권 여신이 크지 않아 채권단 구성이 어려워 법정관리를 택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5개 계열사가 모두 법정관리를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된다. 현재 비상장사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는 법정관리를 통한 정상화 추진 가능성이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