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사덕, 민화협 의장으로 복귀… ‘올드보이 호위무사’ 삼각편대 완성
입력 2013-10-01 22:20 수정 2013-10-02 00:22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원로 홍사덕(70) 전 의원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자리를 통해 정치권에 복귀한다.
그의 복귀로 김기춘(73) 청와대 비서실장과 10·30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유력한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친박 원로들의 정치 귀환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올드보이 호위무사’ 진용의 완성인 셈이다.
◇“홍 전 의원 복귀는 박 대통령의 뜻”=민화협은 2일 공동의장단 회의를 소집해 홍 전 의원의 공동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홍 전 의원을 공동의장으로 선임한 뒤 상임의장에 임명, 상임의장단 회의에서 대표상임의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변경은 임기가 1년 남은 현 김덕룡 대표상임의장의 사퇴 결단과 후임자 지목, 홍 전 의원의 수용으로 성사됐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상임의장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공동의장단에 ‘홍 전 의원이 새 대표상임의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 의사도 전했다”며 추대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4월 1차 대표상임의장직 제안이 있었으나 “정권 초반 ‘친박일색’은 부담스럽다”며 홍 전 의원이 사의를 표했지만 이번엔 성사됐다.
추대는 정부와 청와대 간 물밑 작업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민화협 소속 한 시민단체 사무총장은 “김 대표상임의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부 출범 후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김 대표상임의장과 청와대 및 통일부가 불편한 관계였고, 내년도 예산 배정 과정에서도 ‘김 대표상임의장 체제에서는 정부 지원이 어렵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고 한다. 때문에 코드가 맞지 않는 다른 후보가 고배를 마신 경우도 있다. 당초 후임으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물망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 역시 친박이 아니었고, 노동부 장관 시절 노동계와 불편한 관계까지 작용해 무산됐다.
◇올드보이, YS 이어 박통 ‘호위’가 공통점=홍 전 의원은 복귀를 통해 김 실장과 서 전 대표에 이어 박 대통령의 세 번째 원로 호위무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개인사 측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한 명예회복 문제가 걸려 있다. 벌써부터 내년 7월 재보선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 사람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를 시작해 ‘친박 VS 친이’ 대결에서 박 대통령 편에 섰던 정치이력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서 전 대표는 YS정부 정무장관을 역임했고,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때는 박 대통령 공천에 관여했다. 청와대의 입김으로 화성갑 보선 후보 자리를 따낼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날 오후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서 전 대표 공천을 확정지으려 했으나 당내 반발 움직임을 감안해 최종 결정은 3일 전체회의로 미뤘다.
홍 전 의원은 2000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박 대통령의 부총재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16대 총선을 지휘했다. 김 실장 역시 YS정부 정무장관을 거쳐 박 대통령 원로그룹 ‘7인회’의 핵심 멤버다.
이들은 각기 청와대(김기춘)와 새누리당(서청원), 외곽(홍사덕)에서 박 대통령을 방어하는 ‘삼각편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박이 견고하게 노령화, 보수화 기조로 접어들었으며 여권의 ‘정치 시계’가 13년 뒤로 돌아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