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빚 600조 육박… 시중銀, 대기업 돈줄 죈다
입력 2013-10-01 18:10 수정 2013-10-01 22:41
시중은행이 대기업 돈줄을 바짝 죄기 시작했다. STX그룹과 동양그룹 사태 등 대기업이 잇따라 휘청거리면서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실제 30대그룹의 부채총액이 5년 새 80% 이상 급증하면서 부실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들도 동양그룹 3개사의 법정관리 행을 계기로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의 소매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한국은행은 1일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고 4분기(10∼12월) 대기업 대출태도지수가 전 분기와 같은 -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출태도지수는 16개 은행의 여신 담당 책임자를 상대로 한 설문을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는 0보다 높으면 시중은행이 대출에 우호적임을, 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지난 3분기(7∼9월)부터 STX그룹 사태 등의 영향을 받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올해 1∼4분기 각각 9, 13, 9, 9를 기록하면서 대출 확대 추세가 이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일부 무리하게 사세를 확장했던 대기업들이 한계 수준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대기업 한 곳이 쓰러지면 은행 전체가 휘청거리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여신을 취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30대 재벌 그룹의 부채 총액이 금융위기 직전보다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재벌닷컴은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재벌그룹의 지난해 말 부채 총액이 574조9000억원으로 2007년 말(313조8000억원)보다 261조1000억원(83.2%)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부채규모는 지난해 국가부채(443조1000억원)보다도 훨씬 크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95.3%에서 88.7%로 다소 낮아졌지만 일부 우량 기업에 의존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28개 그룹의 부채비율은 113.7%에서 115.4%로 상승 추세다.
이 기간 부채비율이 악화된 기업은 모두 14곳에 달한다. 부채가 자기자본의 배가 넘는 부채비율 200% 이상 그룹도 동양(1231.7%), 한진(437.3%), 현대(404.1%), 금호아시아나(265.0%), 동부(259.4%), STX(256.9%) 등 6곳이나 됐다.
기업 수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금융이자로 나눈 것)도 삼성·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수직하락했다. 30대 그룹 전체의 이자보상배율은 5년 사이 5.48배에서 9.20배로 향상됐지만 삼성·현대차그룹을 제외할 경우 되레 4.45배에서 3.67배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기업계가 휘청거리면서 증권사들은 신용등급 BB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소매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이 등급 채권은 기관의 투자가 금지돼 있어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태에서 보듯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자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대신 이들 기업은 그나마 남아있는 자금조달 창구가 사라지면서 자금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사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 앞으로는 이런 소매판매 기반이 약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