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고독사 무방비] 노인에겐 학교 잔반 먹이고 자신들은 룸살롱 들락날락
입력 2013-10-01 18:09
운영비를 빼돌려 쌈짓돈처럼 쓴 노인복지시설 운영자들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8월 전국 노인복지시설 2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산 운용실태 조사 결과를 1일 공개했다.
현재 전국에는 노인요양시설 2610곳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1742곳 등 4352곳의 노인복지시설이 운영 중이다. 이들 시설 운영비의 80% 이상이 장기요양보험 급여에서 나온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 예산은 3조5000억원이었다. 권익위에 따르면 일부 시설장들은 시설회계 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이 운영비를 마치 개인 통장에서 빼 쓰듯 유용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한 노인복지시설 대표 A씨는 개인 채무를 갚거나 유흥·숙박업소 등을 이용하는 데 공금 1억6700만원을 썼다. A씨는 또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요양 중인 치매·중풍 환자들에게 인근 학교에서 급식으로 쓰고 남은 음식을 얻어다 식사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을 그만둔 요양보호사 4명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정당하게 퇴직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 지급 영수증을 꾸미기도 했다.
경북 의성군의 한 노인복지시설장 B씨는 유흥비, 개인 적금, 홈쇼핑, 신용카드 대금 결제 등 개인적 용도로 쓰기 위해 시설 운영비 2700만원을 횡령했다. 이와 함께 현금 1억4000여만원을 별도로 인출해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업체 직원들 급여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종사자 퇴직적립금을 종사자 개인 명의 퇴직연금으로 가입하지 않고 시설 대표나 지인 명의를 이용, 개인 보장성 연금보험으로 가입한 60곳도 덜미를 잡혔다.
전북 익산의 한 노인요양시설 대표 C씨는 적금 적립 목적으로 종사자로 근무하는 아들 명의의 개인 보장성 연금보험을 가입해 불입하던 중 아들이 요양시설에서 퇴사했는데도 계속 적립했다. 이 시설의 총 누적 불입액은 4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 청주의 한 노인요양시설은 퇴직금 적립 목적으로 가입한 기존 연금보험을 해지하고 법정 퇴직연금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도해지 손실금 2600여만원을 종사자 12명에게 부당하게 부담시키기도 했다.
권익위는 적발된 시설에 대해 일부 수사를 의뢰하고 행정처분과 지도·감독, 제도개선 등을 실시하라고 관련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또 이달부터 범정부 차원의 정부합동 복지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개설, 운영키로 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