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맥상 여권 구하기 王실장 직접 나섰다

입력 2013-10-01 18:05 수정 2013-10-02 00:19

청와대의 ‘올드 보이’ 김기춘 비서실장이 수렁에 빠진 여권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는 모습이다. 야당이 정기국회에서 복지공약 후퇴 논란을 비롯해 파상공세에 나선 가운데 당·청 공조 관계부터 긴밀하게 구축하려는 태세다.

김 실장은 1일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 인근 비서실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지난 8월 초 임명된 이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가진 첫 모임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전원 참석했다.

김 실장 주재의 당·청 만찬은 외견상으로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원내지도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당·청 간 스킨십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청와대가 주도해 당·청이 힘을 모아 꼬인 정국을 돌파하자는 의도가 더 짙게 배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실장 취임 이후 상견례 차원의 자리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말들이 많이 오갔다”고 전했다.

만찬에서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은 애국심이라든가 국민을 생각하는 성실함 등이 아주 훌륭하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선진화법 등으로 환경과 여건은 제일 어려울 때다.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보고서를 꼼꼼히 다 읽어보고 있고 신문이나 TV 뉴스와 토론 등도 꼼꼼히 챙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또 지난 8·15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는 고려 말 대학자 이암 선생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써넣었다. 깜짝 놀랐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만찬에서는 ‘이런 기회를 자주 가지자’는 뜻을 담은 “이기자”는 건배사가 오갔고, 청와대 측에서 “변변치 않은 저녁식사지만 큰 신세 진 것으로 알고 돌아가시라”고 ‘뼈있는’ 농담도 나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은데 대해 “언론들이 하도 비판을 해서 운신을 못하겠다. 방귀 뀐 것까지 다 소문이 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