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소송 ‘승지회’ 공방 불거져

입력 2013-10-01 17:59 수정 2013-10-01 22:33

‘삼성가 유산분쟁’ 항소심 재판에서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승지회(承志會)’라는 집단 논의체제 구성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남 이맹희(82)씨와 삼남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의 형제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1일 열린 재판에서 맹희씨 측 변호인은 “선대회장이 임종 전 ‘승지회를 통해 그룹의 주요 사항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며 “이 회장이 이를 따르지 않고 그룹 경영권을 배타적으로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맹희씨 측에 따르면 선대회장은 임종 전 당시 삼성그룹 소병해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장녀 이인희, 막내 딸 이명희, 삼남 이건희, 맹희씨의 부인 손복남씨 등 5명이 모여 승지회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승지(承志)’는 뜻을 잇는다는 의미로, 선대회장은 자택을 ‘승지원(承志園)’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회장은 승지원을 물려받아 집무실로 이용한다. 맹희씨 측은 “선대회장이 소 실장을 중심으로 승지회를 운영하라고 당부했다”며 “이 회장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승지회는 선대회장 타계 후 두 차례 모였으나 곧 유명무실해졌다. 맹희씨 측은 “소 실장이 승지회를 등지고 이 회장을 따랐고, 이 회장도 승지회를 배제했다”며 “내부 갈등이 격화되자 형제들이 이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이 ‘형님이 떠나면 내가 잘하겠다’고 했다”며 “향후 재산분배를 잘할 것으로 기대해 손을 뗐는데 오히려 차명재산의 존재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맹희씨 측은 선대회장이 일본인과 낳은 ‘혼외자’ 이태휘씨를 언급하며 “태휘씨가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후계자로 거론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 측은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이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된 사실은 선대회장과 맹희씨의 자서전에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 “승지회는 선대회장의 뜻인 통합경영을 실현하려던 형제들에 의해 추진됐으나 맹희씨의 부인 손씨의 반대로 와해됐다”고 말했다.

맹희씨 측은 또 “선대회장 타계 전 이 회장이 사장단을 삼성본관 28층에 소집했고, 임종한 지 37분 만에 차기 회장 추대를 마무리했다”며 “가족들이 회장을 애도하며 빈소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이 회장 측은 “당시 사장단을 소집한 것은 신현확 삼성물산 회장이었고, 이 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 회장은 임종을 지켰고 오히려 임종 순간에 없었던 건 맹희씨”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두 형제에게 화해를 권고했었다. 그러나 맹희씨 측은 이날 소가를 96억원에서 1400억여원으로 확대했다. 화해를 거부하고 끝까지 다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