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희망 우리의 미래] 獨 튀빙겐대 몰트만 박사 특별강연 “숨쉬는 한 희망으로 살 것”
입력 2013-10-01 18:00 수정 2013-10-01 22:20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콘퍼런스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세상의 끝, 역사의 종말을 말한다. 희망보다는 두려움 가운데 있다. 방사능 재해, 쓰나미, 지진, 거대한 재앙을 두려워한다.”
위르겐 몰트만 독일 튀빙겐대 석좌교수는 1일 서울 반포동 서초교회(김석년 목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 세대를 종말론에 열광하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참된 희망,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로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개교 8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1200여명이 참석했다. ‘희망’이라는 주제를 찾아온 이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절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었다.
세계적 신학자 몰트만 박사는 “문제는 그런 묵시론적 상상이 기독교적이지 않다는 것”이라며 “기독교의 종말은 오히려 모든 피조물이 새롭게 창조되는 하나님 나라의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히틀러에게 저항했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가 1945년 4월 9일 처형될 때 ‘이것은 끝이지만 내게는 영생의 시작’이라는 말을 남겼다”며 “이 세상의 신에게서 버림받는 것을 끝으로 만물 안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원한 내주하심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희망의 신, 이것은 기독교만의 유일무이한 표현이다. 죽음의 세계 한복판에서 죄에서 구원하는 그리스도의 생명이 시작된다. 골고다의 십자가 뒤로 부활의 새벽이 동터오는 것이 기독교다.”
몰트만 박사는 무엇이 희망이 아닌지도 이야기했다. 그는 “성공적인 더 좋은 날을 약속하는 낙천주의는 기독교적 희망이 아니다”며 “기독교의 희망은 사람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견뎌내고 저항하게 하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희망은 변할 수 없는 것 앞에서도 항복하지 않고 저항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계에 침묵하지 않고 악한 것과 화해하지 않는다.”
그 사례가 바로 1919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3·1독립운동이었고, 독일에서 나치 독재에 대항한 고백교회운동이었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60년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이었다.
2차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몰트만 박사는 “현재의 실패나 좌절은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우리가 할 일은 매주일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며 다시 시작하는 것이고, 희망의 완성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7세인 그는 “내가 숨쉬는 한 늘 희망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 강연에 나선 임영수 모새골공동체 목사도 “희망은 복 받는 도구, 티켓이 아니고 건물이나 프로그램도 아니다”며 “모든 것이 다 불확실하나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하나님과 사귀어가며 내가 변화돼가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