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삼성 1.5% 확률로 박재현 영입… ‘져주기 거부’로 받은 값진 선물
입력 2013-10-01 17:38
‘대박’은 가끔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터진다.
지날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프로농구 국내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이 같은 일이 생겼다. 프로농구 삼성 얘기다. 김동광 감독은 “4순위를 뽑으리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지난 시즌 삼성은 정규리그 6위를 차지해 1라운드 1∼4순위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 1.5%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인 지명 순서는 구슬 200개를 통에 넣고 돌려 정한다. 이전 시즌 정규리그 7∼10위 팀들이 47개씩 구슬을 갖고 3∼6위 팀은 3개씩만 넣고 돌린다. 전력 평준화라는 드래프트 취지를 살리고자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4개 팀이 23.5%씩 확률을 갖고 중상위인 3∼6위 팀들은 1.5%씩의 확률을 갖는다.
그러나 1.5% 확률의 삼성이 23.5%의 부산 KT를 5순위로 밀어내고 4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기대 이상의 4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은 김 감독은 ‘빅4’로 불린 네 명 가운데 남아 있던 고려대 출신 박재현(22·1m83)을 품에 안았다.
‘가드 왕국’으로 불리는 삼성은 한 동안 주춤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다시 김승현, 황진원, 이정석, 이시준, 박병우 등으로 왕국 재건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번 시즌 고려대를 농구대잔치, 대학리그, MBC배, 프로-아마 최강전 등 전관왕에 올려놓은 주인공 박재현까지 가세했다.
지난 시즌 일부 구단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오는 실력이 걸출한 선수들을 먼저 지명하려고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사며 농구 코트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삼성은 끝까지 노력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 결과에 대한 선물일까. 김 감독은 “아, 그러니까 ‘보우하사 4순위’라는 거 아니겠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