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비세 17년만에 인상… ‘아베의 도박’ 통할까

입력 2013-10-01 17:34 수정 2013-10-01 22:35

일본이 소비세 인상을 공식 결정했다. 소비세 인상을 놓고 내각이 붕괴되거나 정권 교체 요인으로까지 작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위한 과감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일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세를 내년 4월 기존 5%에서 8%로 3%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5년 10월에 10%로 인상된다. 1989년 3%로 처음 도입된 소비세는 97년 5%로 인상된 뒤 17년간 유지돼 왔다.

소비세 인상은 지난해 8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경기부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아베 정권이 인상시기를 놓고 검토를 계속해 왔다.

증세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일본은 5조엔(약 55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설비투자 감세를 중심으로 한 1조엔 규모의 감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자민당은 총리 직속의 대책본부를 설치해 임금인상 전국운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재정투입은 주로 대지진 부흥사업을 조기에 시행하고 낡은 도로와 터널 개보수 등 공공사업 확대 안과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교통·물류망 정비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 저소득층 2400만명에게 1인당 1만∼1만5000엔(약 11만∼16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세수 증가분은 사회보장(연금·노인복지·보육 등) 제도를 강화하는 데만 사용하겠다”면서 증세 논란을 의식한 듯 “성장과 재정건전화는 양립할 수 있다는 게 숙고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결정한 것은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등을 계기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증세는 민감한 문제로 민주당 정권이던 2010년 간 나오토 내각 당시 소비세율 인상을 표명했다가 그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다.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단기 경제관측조사(단칸)지수도 지난 6월보다 8포인트 증가한 플럿 12로 2008년 9월 리먼 쇼크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 점도 고려됐다. 소비세율 인상은 국가부채 해소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15%와 10∼20%로 소비세를 인상할 것을 권고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무제한 양적완화 등이 핵심인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소비세율을 인상해 경기부양 효과를 확실하게 거두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