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우물엔 오물이 둥둥 부모없는 아이들 질병에 고통 애타게 후원의 손길 기다려
‘윰바’라 불리는 초가지붕에 진흙으로 지어진 집에 들어서자 아이들 4명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무표정했다. 이들은 부모 없이 자신들끼리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어머니는 막내 동생을 낳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막내 동생은 누군가 데려갔다.
아이들의 큰 언니 채러티(20)는 움막 같은 집 한쪽에 따로 앉아 방문자들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다운증후군에 선천성 소아마비로 걷지 못했다. 청각장애까지 있어 말을 못했고 안쪽으로 굽은 양손을 연신 흔들며 침을 흘렸다. 채러티의 넷째 동생 로저(5)는 맨발에 상처투성이였다. 얼굴은 콧물과 때로 얼룩져 있었고 옷은 낡고 더러웠다. 물이 부족해 피부는 극도로 건조했다.
지난달 4일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 ‘밀알의 기적’ 방문팀은 아프리카 동남부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총궤사우스 지역을 방문했다. 채러티와 동생들이 사는 곳은 차와야 마을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바로 옆 카토바 마을의 한 초등학교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뛰놀고 있었다. 50∼60년 전 한국의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미끄럼틀과 녹슨 그네가 시야에 들어왔다. 허름한 학교 건물은 유리창 몇 개가 깨져 있었고 한눈에도 지저분하게 보이는 교실엔 책걸상과 종이, 옥수수 가루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3학년 슬로브음리 무사자(10)양은 “나중에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사자양은 할머니와 함께 산다. 부모는 몇 년 전 병으로 사망했다. 무슨 병인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현지 월드비전 스태프는 에이즈로 사망했을 거라고 말했다.
총궤사우스 지역의 주요 질병은 말라리아와 폐렴, 피부질환, 설사 등이다. 에이즈 감염률도 높아 전체 질병의 14%를 차지한다. 특정한 병명을 모른 채 사망했다면 에이즈일 가능성이 많다. 잠비아 전체 에이즈 감염자는 110만명으로 총 인구 1380만명의 8%에 달한다.
카토바초등학교 관계자는 “재학생 1100명 중 400명이 부모가 없거나 편부모 가정”이라며 “4분의 3의 학생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는 이들 고아들을 지원할 후원자를 찾고 있다. 여자 어린이의 경우 15세 미만 결혼과 출산, 그로 인한 질병이 사회문제로 부각돼 교육이 절실한 실정이다.
마을엔 초등학교가 유일하며 18㎞ 떨어진 곳에 기숙형 중학교 한 개가 있지만 거리가 멀어 진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잠비아의 경우 초등학교 이외의 상급학교는 태부족이다. 시골 지역 학교는 교사가 턱없이 모자란다. 시골까지 와서 가르치려는 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카토바 마을은 수도로부터 1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교육 현실은 오지나 다름없었다.
총궤사우스 주민은 모두 1만3000명. 주민 25%가 옥수수와 콩 등을 재배한다. 토양은 비옥한 편이지만 전통적 농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어렵다. 카토바 마을 공동체 대표 패트릭씨는 “식수가 부족해서 문제가 많다”며 “뚜껑도 없는 우물을 사용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총궤사우스 지역의 의료기관은 단 한 개의 보건소가 유일하다. 말이 보건소이지 사무실과 진료실, 간이약국 등이 전부다. 한 달에 주민 30명이 아이를 낳으러 오지만 분만실 장비라곤 낡고 더러운 테이블뿐이었다. 이날 산부인과 사무실에는 10여명의 여성이 출산 교육을 받고 있었다. 보건소는 긴급한 환자를 태우고 이동할 차량도 없었다. ‘잠뷸런스’라 불리는 자전거에 수레를 연결한 노란색 ‘앰뷸런스’ 4대가 전부였다.
물라리카 마을엔 야외 우물이 있었다. 3m 깊이의 우물 구덩이로 덮개나 펌프시설이 없어 야외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회색빛 물에는 오물이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의 한 여성이 저녁식사를 위해 물통을 들고 와 오염된 물을 퍼갔다. 이 우물로 근처 260가구가 생활한다고 했다. 한국의 공주 꿈의교회(안희묵 목사)가 이 사실을 알고 월드비전을 통해 두 달 전 펌프 설치비용을 후원했다.
총궤사우스는 월드비전이 지난해 9월부터 보건·영양 개선 사업을 비롯해 교육·식량 증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전체 인구 중 40%가 취학 연령 아동이지만 학교시설 부족과 여아 조혼, 원거리 통학 등을 이유로 32%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문맹률은 70%에 달해 교육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의료시설도 부족해 단 한 곳의 보건소 이용을 위해 주민들은 5㎞ 이상 걸어다닌다.
잠비아 월드비전 디무나 음완자 책임자는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보건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역 공동체 지도자들과 협조하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지원에 힘입어 총궤사우스 지역 개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총궤사우스(잠비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밀알의 기적] (7) 잠비아 총궤사우스 지역 보건·학교환경 실태
입력 2013-10-01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