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망만이 병든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
입력 2013-10-01 17:37
국민일보가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와 공동으로 1일 서울 서초교회에서 ‘참된 희망, 우리의 미래’란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은 병든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지구촌은 각종 사고와 자연재해, 내전과 테러, 탐욕과 억압, 기아와 질병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기침체, 이념 양극화, 지역감정, 세대갈등, 빈부격차, 높은 자살률, 남북 대결 구도 등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 튀빙겐대 위르겐 몰트만 석좌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은준관 명예총장, 모새골 임영수 목사 등이 콘퍼런스에 참여해 기독교가 희망을 여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평소 ‘초월적 존재를 믿는 믿음에서 진정한 희망이 출발한다’고 설파한 몰트만 석좌교수는 “기독교적 희망의 원천이자 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의 부활 안에 있다”면서 “불의와 폭력을 행사하는 세계에 침묵하지 말고 악한 것과 화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은 명예총장은 “‘세속신학’은 사회의 분열과 붕괴를 초래한다”며 “영적 문맹에 빠진 성도들을 하나님 앞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 기적을 이룬 것에 발맞춰 한국교회도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 다음으로 해외에 선교사를 많이 파송할 정도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가 기적이라고 할 만큼 단기간에 교세를 키웠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아픔들을 보듬고 포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도들의 신앙관도 세속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교회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신앙의 목적이 구원이라는 응답이 1998년 47%에서 지난해 31.6%로 추락했다. 그 대신 재물, 건강, 축복, 평안 등의 이유로 신앙생활을 한다는 성도가 많아졌다.
한국교회는 이 땅의 아픔을 치유하는 희망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부터 달라져야 한다. 목회자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목회를 하거나 성도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 오직 하나님과 성도 사이를 매개하기 위해 부름 받은 ‘구별된 종’이라는 인식을 갖고 사역해야 한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새로 태어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는 신앙인으로 바로 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초대교회가 물려준 예배 교육 교제 선교라는 성서적 신앙체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성도들이 ‘영적 문맹’ 상태에서 벗어난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절대 희망’만이 상처투성이인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