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새벽부터 밤까지 “레디∼ 액션!”… 명장면 만들기 구슬땀

입력 2013-10-01 16:53 수정 2013-10-01 23:05


“레디∼ 액션!”

드라마 속 오토바이 질주장면 촬영 현장. 긴장감 속에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진다. 분주하던 현장엔 어느새 적막이 흐른다. 오토바이를 탄 배우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해안도로를 질주하자 촬영 스태프들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다.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장면이다.

방송 제작을 위해 특수 제작된 ‘슈팅카(차를 싣고 촬영하는 트레일러)’ 위에서 여러 명의 스태프가 조심스럽게 촬영을 지켜본다. 자기 키보다 큰 봉마이크를 들고 있는 음향팀을 비롯해 화사한 영상을 위해 반사판을 들고 씨름하는 조명팀, 크레인 위에서 위험하게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까지 연기자들의 모습에서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조용히 헤드폰을 끼고 있던 음향감독이 “다시”를 외치자 촬영장은 이내 어수선해진다. 촬영 순간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가면서 소음이 섞여 버린 것. 이렇게 촬영하기를 여러 번,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를 건네면서 한 장면이 마무리된다.

드라마 한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보통 풀샷, 바스트샷, 투샷, 미디엄샷 등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한다. 연기자들도 똑같은 장면을 반복해 연기해야 하지만 스태프들도 촬영 각도가 바뀔 때마다 방송장비를 다시 세팅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에 각자의 분야에서 조금의 실수라도 생기면 촬영 자체가 늦어진다. 스태프들 사이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드라마 촬영 스태프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기에 저마다의 자존심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선장격인 총감독은 전체적인 촬영장 분위기를 이끌어나간다. SBS 주말드라마 ‘열애’의 총연출을 맡은 배태섭 PD는 “우리가 하는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작업”이라며 “여기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한 배를 탄 마음으로 뿌듯하게 일하기에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새벽부터 시작된 촬영은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밤촬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럴 때면 녹초가 된 스태프들의 눈꺼풀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그들의 눈은 다시 프로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팬엔터테인먼트 김미정 마케팅 PD는 “촬영 현장 스태프 일은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귀띔한다. 드라마 속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와 화려한 영상 뒤편에는 쉴 틈 없이 진행되는 빡빡한 일정 속에 밤낮없이 애쓰는 스태프들의 굵은 땀방울이 배어 있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