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걸려 새롭게 쓴 ‘훈민정음 언해본’ 선보인다

입력 2013-09-30 18:43


전남 진도 출신의 서예가 청농(靑農) 문관효(60·사진)씨는 열 살 때 붓을 잡았다. 스승 하남호씨의 지도로 서예를 시작한 지 올해로 50년째다. 젊은 시절부터 한글서예에 빠져든 그는 자신만의 필법을 완성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거쳐 ‘청농체’를 창안했다. 지난 7월 ‘훈민정음 언해본’ 4000여자를 써내려간 작품으로 서예계의 최고상인 제35회 원곡서예문화상을 수상했다.

훈민정음은 원본인 해례본과 이를 한글로 풀이한 언해본이 있다. 언해본은 한자를 먼저 크게 쓰고 그 아래에 한글을 작은 글씨로 적는 방식으로 편찬됐다. 언해본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청농은 이를 뒤집었다.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를 그 아래에 표기한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취지와 부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이 3m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가 제567돌 한글날(9일)을 맞아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낙원동 한국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세종대왕의 얼을 담은 한글 서예전’이라는 타이틀의 전시에는 ‘훈민정음 언해본’을 비롯해 인생의 지혜를 담은 ‘삶’, 더불어 사는 ‘동행’ 등 60여점을 내놓는다. ‘훈민정음 언해본’을 길이 30m로 확대한 병풍 작품을 7일부터 10일까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원곡서예문화상 수상 기념전이자 청농의 회갑전이기도 하다. 작가는 글씨 하나하나에 정성과 심혈을 기울였다. 중간에 오자나 탈자가 하나라도 생기면 버리고 다시 써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그는 “세종대왕이 어려운 한자 때문에 고생하는 백성들을 편안케 하기 위해 쉬운 한글을 창제한 정신을 글씨에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보기만 하는 전시에서 탈피해 한글 작품을 생활 속 예술로 승화시킨 아트상품도 제작·판매한다. 도자업체 행남사 협찬으로 ‘훈민정음 언해본’이 세라믹 찻잔 세트에 새겨지고, 자개 명함 케이스도 선보인다. 전시에 맞춰 ‘동행’ ‘기쁨’ ‘맑은 마음’ ‘웃음’ 등 한글 작품을 상표로 부착한 ‘오디 와인’ 세트도 출시된다(02-6262-81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