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 유산 ‘마오주석어록’ 신판 등장

입력 2013-09-30 18:36


문화대혁명(1966∼1976년) 당시 인민복 윗주머니에 누구나 휴대하고 다녔던 ‘마오주석어록’(사진) 신판 3종류가 중국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책 편집 작업은 마무리된 상태로 당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마오주석어록은 문혁이 시작되기 전 수차례 수정판이 나온 적이 있지만 1996년 뒤에는 새로 출판된 적이 없다.

신판 마오주석어록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시기의 민감성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집권한 뒤 마오사상의 핵심인 군중노선 캠페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허베이(河北)성 공산당 상무위원회가 군중노선 교육실천활동을 주제로 개최한 민주생활회에 참석, “자아비판을 통해 당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 달 예정된 18기 3중전회(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정풍운동을 벌이면서 마오시대 유물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12월 26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화둥(華東)사범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마오쩌둥 전문가인 샤오옌중(蕭延中)은 “(책 출판은) 당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 남경일보(南京日報)에 밝혔다. 중국공산당사 전문가인 한강(韓鋼)은 “마오주석어록 출판이 사회 모순이 복잡한 지금 현실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수도 있다”고 봤다. 책 편집 책임을 맡은 해방군 군사과학원 연구원 천위(陳宇)는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역사는 마오사상으로부터 출발한다”며 “이는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어록은 24만자, 12만자, 6만자로 된 3가지가 있다. 24만자짜리는 문혁 당시와는 달리 A4용지 크기로 가격은 2000위안(약 35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책에 ‘마오주석어록’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을 예정이다. 문혁 당시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붉은 표지에 포켓사이즈로 된 어록은 문혁 당시 훙바오수(紅寶書·붉은 보물책)라고 불렸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