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는 美 디폴트 인질”… 채권·주식 5370조원 투자

입력 2013-09-30 18:37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를 앞두고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인질’로 붙들려 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아시아 정부가 채권·주식 투자 등으로 미국에 맡긴 돈은 5조 달러(약 5370조원)로 미 국내총생산(GDP)의 75%와 맞먹는다.

미 정부는 10월 17일까지 부채 한도를 높이지 못하면 재정이 바닥나 디폴트 사태를 맞을 것으로 본다. 더 이상 국채 발행으로 돈을 끌어오지 못해 그동안 외국이나 기업 등에서 빌려 쓴 돈마저 못 갚는 처지가 된다는 뜻이다. 신용을 잃은 미 국채 가격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투자자인 아시아 국가는 손실 위험을 눈앞에 두고도 뾰족한 수를 못 내고 있다. 디폴트 우려가 현실이 돼도 미국 채권 시장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현금 흐름이 양호한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달리 장기 관점에서 투자하는 각국 정부에 미국만큼 견고한 시장은 드물다. 아시아 정부들은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보다도 양적완화 축소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부채한도 증액 실패, 정부 폐쇄 같은 잠재 위험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런 것들이 현 상황을 꼭 부정적으로만 보게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화보유액 5조 달러 중 60% 이상을 미국 채권과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한다. 채권 가격은 양적완화 임박설과 맞물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