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장소설 작가 팀 보울러 방한… “청소년들에게 문학은 피난처죠”
						입력 2013-09-30 18:25  
					
				“13∼18세 청소년기는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어 갈등이 많고,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성적으로나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입니다. ‘앞만 보고 가라’고 강요하면 효율성은 있겠지만 로봇 같아지고 말 거예요. 이는 결국 자기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문학은 바쁜 일상 중에 잠시 쉴 수 있는 피난처가 될 수 있습니다.”
소설 ‘리버보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의 성장소설 작가 팀 보울러(60)가 한국을 찾았다. ‘파주북소리 2013’ 중 열리는 ‘영국 문학의 날 북콘서트’ 참석을 위해서다. 내년 4월 런던도서전의 주빈국으로 한국이 선정된 것을 기념해 한국과 영국의 출판 및 문학 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마련된 행사다.
2001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한국 방문길에 오른 그를 30일 서울 신문로 주한영국문화원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독자들의 이메일 등을 통해 팬들의 관심을 알고 있다”며 “한국인들은 책을 피상적으로 읽는 것 같지 않고 깊이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보울러는 1997년 ‘리버보이’가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가다. 카네기 메달은 영국에서 한 해 동안 출간된 저서 중 가장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에선 2007년 ‘리버보이’를 시작으로 ‘스쿼시’ ‘블레이드’ ‘꼬마 난장이 미짓’ 등 주요 작품이 소개됐다. ‘팀 보울러 신드롬’을 일으키며 청소년 문학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책 주인공은 14∼16세 소년 소녀다. 그는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첫 작품 미짓을 15세 소년 주인공으로 쓴 뒤 줄곧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 성인도 아이도 아닌, 변화의 시기에 있는 사람을 그려내는 건 내면의 목소리를 다 함께 그려야 해 어렵지만 흥미로운 작업”이라며 “청소년을 이해하고 감정 이입하는 데 흥미를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뛰어난 서정성을 자랑하는 동시에 주인공들의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그는 “책 쓰는 일은 어떤 인격체를 만들고 거기에 감정을 이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쓸 때 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작품을 위해 따로 청소년을 만나 조사하는 대신 평소 다양한 방식으로 청소년들과 만난다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 청소년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청소년기에는 나만의 비밀 장소를 가져야 한다”며 “학교, 부모, 사회나 세상의 기대와 동떨어져서 영향 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자택에서 10분 거리의 작은 오두막에서 작품을 쓰는데 작업 공간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산이고 은둔의 동굴이라고 했다.
그는 “두 달 후면 만 60세가 되는데 지금까지도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청소년 때 접했던 책”이라며 “청소년기에 읽은 책은 평생 각인이 되고, 나의 정체성을 형성해주기 때문에 그때 한 일, 그때 읽은 책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절 최고의 책을 묻자 10세 때 읽은 ‘보물섬’을 꼽았다.
고전 읽기조차 학교 숙제의 일환으로 전락한 한국의 현실에서 부모들에게 해줄 조언을 구했다.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고전 읽기 강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는 것이다. 그는 “책 읽기가 성취와 연결돼선 안 된다”며 “하루에 10분만 읽어보라”고 권했다. 꼬박꼬박 이렇게 해 나가면 자연스레 책 읽기에 흥미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5일 북콘서트와 중학교 초청 강연 등을 갖고 한국의 청소년들과 소통한 뒤 영국으로 돌아간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