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訴취하… “유전자 검사한 뒤 강력한 법적 조치”
입력 2013-09-30 18:27 수정 2013-09-30 22:19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했다. 채 총장은 그러나 ‘혼외아들 의혹’의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성사시켜 별도의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채 총장은 퇴임식 직후 ‘검찰총장을 떠나 사인(私人)으로 돌아가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송 취하 입장을 밝혔다. 채 총장은 “지난 6일 특정 언론사의 일방적인 의혹 제기 이후 저와 가족들은 인격살인적인 명예훼손과 참담한 심적 고통을 한 달 가까이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 없이는 소송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의혹 확산만 이뤄질 것”이라며 “이미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일단 취하한다”고 밝혔다.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유전자 감식이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 제기될 ‘이전투구식 논란’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채 총장은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의혹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규명하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의혹 부풀리기성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고통이 더욱 가중됐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27일 ‘채 총장에 대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 만한 정황이 다수 확보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 총장은 이어 “진실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별도의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들을 취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했다. 채 총장을 대리하는 신상규 변호사는 “법정에서 공방을 벌여봤자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기 전에는 결론이 100% 나오지도 않고 시끄럽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취하와 관련, 채 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에 대처하는 과정이 깔끔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 총장은 지난 6일 조선일보의 첫 의혹보도 직후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가 일부 오해를 샀다. 그는 13일 사표를 제출할 당시에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고, 지난 24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며 “보도내용은 100% 허위”라는 강력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퇴임식 당일에는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진실규명에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조용히 의혹을 해결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검찰 조직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검찰 간부는 “일을 어지럽게 만들어서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키면 검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도 감안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채 총장은 이날 TV조선 보도내용도 강하게 부인했다. TV조선은 ‘채 총장이 (내연녀로 지목된) Y씨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채군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봤다’는 Y씨 집 전 가정부라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채 총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유전자 검사 후 TV조선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채 총장 측 변호인은 “보도를 접한 채 총장이 굉장히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