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뉴스스탠드 6개월 遺憾

입력 2013-09-30 18:05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를 도입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말 많고 탈 많은 반년이었다. 온라인 독자들은 낯선 뉴스스탠드 방식에 고개를 돌렸고 언론사들은 조회수 급락이란 폭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풍도 거세다. 안티 네이버 전선이 전방위적으로 형성됐고, 새누리당은 포털의 공정과 상생을 명분으로 규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뉴스스탠드의 실패를 인정한 네이버는 이달 중 보완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소나기 피하기식 대책 안돼

여기서 걱정스러운 것은 네이버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면피용 보완책을 내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2009년 1월 뉴스캐스트가 도입됐을 당시 사정이 그랬다. 뉴스캐스트는 네이버의 초기화면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페이지가 열리는 아웃링크 방식이었다. 2007년 1월 뉴스 검색 서비스에 이어 두 번째 아웃링크가 도입됐다. 네이버 페이지로 연결되는 인링크 방식의 ‘네이버뉴스’만 남긴 채였다.

당시에 그런 파격이 가능했던 것은 법원의 판결이 큰 몫을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8년 7월 포털이 기사를 작성한 보도매체들과 함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공동으로 책임진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포털을 준(準)언론으로 규정하고 주의의무와 공동배상 책임이 있다고 천명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 탄생한 아웃링크 방식의 뉴스캐스트는 언론사들에는 조회수 상승이란 큰 선물을 안겨준 회심의 카드였다. 여기에 취한 언론사들은 대법원 판례가 갖는 의미는 안중에 없었던 것일까.

대법원이 기사로 인한 피해자로부터 삭제 요구를 받지 않더라도 외관상 피해의 위험이 명백할 경우에는 포털에 삭제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다수의견)은 포털에 상시 검열 의무를 부여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위험성을 지적한 것은 소수의견이었다. 소수의견은 ‘개인의 명예와 인격권을 보호하려고 포털에 주의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삭제·차단 등의 범위와 한계를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포털에 임의대로 처리할 여지를 주는 남용의 위험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입법 빌미로 언론 위축 없어야

소수의견의 지적과 우려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대로 맞았다. 포털은 선정성 기사와 낚시성 제목의 난무에 대한 비난 여론과 책임을 언론사 탓으로 돌렸다. 삭제·차단 등의 주의의무를 넘어 계약을 위반한 매체는 과감하게 네이버에서 퇴출시켰다. 이렇게 시간과 명분을 축적한 네이버는 지난 4월 뉴스스탠드 도입을 강행했다.

최근 온라인 트래픽 분석 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뉴스스탠드에 가입된 32개 언론사의 월간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는 각각 47.2%와 29.4%씩 줄었다. 메이저와 마이너 신문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고 ‘낚시질’과 ‘어뷰징(동일 기사의 반복전송)’을 자제하는 언론사들만 페이지뷰 손실을 보는 구조로 변질됐다. 뉴스캐스트 시절엔 볼 수 없었던 민망한 썸네일 사진들이 뉴스스탠드 화면을 도배질하고 있다. 조회수 회복에 급급한 결과다.

언론사들이 죽 쑤는 사이 인링크 방식의 네이버뉴스는 대법원 판결 이후 4년 만에 조회수 급상승이란 실속과 위력을 되찾았다.

이왕에 정치권이 포털 규제 입법을 들고 나온 이상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는 판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전에 포털이 더 이상 꼼수 부리지 말고 언론과 진정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 선결과제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