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논란 ‘선별 후 보편복지’로 풀자
입력 2013-09-30 17:53
기초연금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공방과 중첩되면서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기초연금안은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기준 하위 70%에게 매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면 20만원 전액, 1년씩 늘어날수록 1만원씩 줄어 2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원을 받는다. 급속히 늘어날 노인 인구를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수정해 전체 노인의 70%만을 수혜 대상으로 한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반비례해서 기초연금 수급액을 감액키로 한 대목이다.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내온 가입자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자영업 종사자와 전업주부 등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들은 연금에서 중도 탈퇴하거나 가입을 꺼리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안이 처음 나온 뒤 올 7월까지 벌써 2만210명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했다고 한다.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은 “국민연금 가입자는 가입기간이 길수록 총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과 순이득(총연금액-총보험료)이 모두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불입액이 큰 만큼 수급액이 커진다는 당연한 말의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상대적 불이익이다. 국민연금 수급액은 자기가 낸 만큼 돌려받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국가가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국민 입장에서 기초연금만 따로 비교하는 게 자연스럽다. 보건복지부와 진영 장관이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를 반대한 것도 그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에서 국민연금은 가장 큰 기둥이다.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일부라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기초연금제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국민연금의 온전성과 재정 안정성을 해친다면 그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과 같다.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낸 만큼 받아가는 제도다. 즉 가입기간이 길고 짧은 것이 빈부를 가를 기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빈부에 따라 굳이 차등지급을 해야 한다면 소득 인정액에 따르되 재정부담 증가를 감안해 지급액을 월 13만∼17만원씩으로 줄이는 게 더 합당할 것이다. 물론 그 경우 소득 하위 70% 이내 계층의 소득 인정액을 파악하고 검증하는 데 많은 행정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아예 감액된 정액, 예컨대 월 15만원 안팎의 기초연금을 수혜자들에게 공히 지급하는 게 더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본다. 이 경우 월 20만원이라는 공약의 다른 가닥도 허물어진다는 아픔이 있겠지만 ‘선별적 보편 복지’라는 명분으로 야당 등과의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