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코리아가 반갑지만 않은 까닭 유념할 때

입력 2013-09-30 17:52

바이코리아(한국물 주식·채권 매입) 바람이 거세다. 지난여름부터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면서 빠져나온 유동성(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규모 대외 개방경제체제인 한국으로서는 이런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지만 바이코리아 열풍 속에서 우리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외국인들의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다 급격하게 매도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유동성 위기와 환율 급등락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바이코리아는 자랑할 만하다. 대부분의 신흥국들에서는 앞 다퉈 빠져나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덕분에 증시가 호조세를 유지하고 ‘부(富)의 효과’가 발생해 소비가 늘면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30일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 문제와 미국의 예산 자동 삭감 여부 등으로 환율은 오르고(원화가치 하락) 코스피지수도 소폭 하락했다. 유동성 유입이 일견 주춤한 듯 보인다. 그렇지만 주식시장 영업일 기준으로 직전 23일 동안 9조원이 넘는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유동성 유입 추세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코리아 붐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낙관론을 편다. 우리나라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느니 행여 문제가 벌어져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비교적 낮은 대외채무,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유지 등을 감안할 때 걱정할 정도는 못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의 일시적인 투자처로서 한국이 기능하고 있을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분명한 사실은 일시적인 현상이든 중장기적인 전망이든 간에 현재 한국으로 유동성 쏠림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의 특징, 즉 모든 투자는 머니게임적인 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책 당국자들을 비롯해 경제주체 모두가 아픈 기억을 거듭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