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쳤나… 광공업생산 9개월만에 증가폭 최대
입력 2013-09-30 17:51
8월 우리 경제의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증가했다. 지난 2분기 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도 모두 개선됐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도 5개월째 올랐다.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공공부문의 기여 때문이다. 민간 부문 회복 여부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공업생산 등 경제 지표 호전=통계청은 30일 ‘8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 활기에 힘입어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2.1%) 이후 9개월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GM대우 파업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와 신규 휴대전화 출시, 자동차 수출 증가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올 1분기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한 광공업생산은 4∼7월 ±1%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6.5%로 전달에 비해 2.3% 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의 재고율(재고/출하 비율)도 115.1%로 전달보다 2.8% 포인트 하락했다. 소비도 여름휴가 영향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4%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기업 수익성 개선=한국은행은 이날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에서 “지난 2분기 전체 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매출액증가율은 2분기 1.4%를 기록, 전 분기 -0.7%에서 상승 반전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전 분기 5.3%에서 2분기 5.5%로 개선됐다.
기업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도 같은 기간 435.5%에서 468.6%로 좋아졌다. 반면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율은 전체의 36.6%에서 29.1%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는 상장기업 1577개와 주요 비상장 기업 178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다. 다만 STX그룹 등 일부 대기업 부실이 2분기에 발생하면서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011년 3분기(3.1%) 이후 가장 낮은 3.5%를 기록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원가 등을 모두 제외하고 세금을 내기 직전 순이익 비율을 뜻한다.
◇실물경기와 지표의 괴리 여전=경기선행지수는 0.3포인트 올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2% 올랐고, 지난해 같은 달 대비로는 상승폭이 4.6%나 됐다. 그러나 기계류 수입금액은 7월 46억4000만 달러에서 8월 42억70000만 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대한항공이 8월 말 A380기 1대를 도입하면서 일종의 투자 증가 ‘착시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이처럼 경기회복을 전망하는 지표들은 상승했지만 정부는 경기회복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고 국민들의 체감 경기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박성동 경제통계국장은 “광공업생산이나 경기동행지수 등 지표상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저점을 지났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우리 경제는 여전히 대외변수 등 불확실성에 싸여 있다”며 “민간 부문의 투자가 아직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강준구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