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신학생, 北서 세계사·철학 안배운데다 외래어 등 생소 어려움”… 총신대 유은희 교수 논문서 밝혀

입력 2013-09-30 17:47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접하지 못한 학문과 익숙치 않은 교육 방식 탓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유은희 교수의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 신학교육 커리큘럼과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고찰’ 논문에 따르면 탈북민 신학생들은 북한에서 배우지 못한 철학과 세계사, 경제 등 인문사회 교양과목들을 학습의 첫 번째 난관으로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A씨는 “남한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와 철학의 기초를 배우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혁명사상’과 ‘당정책’등이 곧 철학이자 역사과목이었다”며 “아우구스티누스, 헤겔 등 철학자들의 사상은 물론 이름을 외우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탈북민 신학생 중에는 교양과목에 어려움을 느껴 신학에 흥미를 잃거나 믿음과 헌신만 강조하는 이단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교육에 방해가 됐다. C씨는 “정답보다는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남한의 교육방식이 인상 깊지만 탈북민들은 대부분 권위에 복종하고, 주는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영어와 외래어도 큰 장벽이었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3분의 2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중급 혹은 고급수준의 영어와 일상대화 중 사용하는 외래어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탈북민 스스로 극복하도록 방치하기 보다는 신학교육자들이 나서서 학생들이 인문교양 과목들을 통해 신학교육을 위한 포괄적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돕고, 신학이론과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우리 언어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3년 이상 신학교육을 받은 탈북민 신학생 18명을 대상으로 남한 신학교 수업의 특징과 개선돼야할 점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이사야 기자